美-中 무역전쟁 멈추자… 백악관 통상라인 ‘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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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휴전’ 하루만에 엇박자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타결한 지 하루 만에 미국 내에서 ‘졸속 합의’라는 불만과 함께 통상 라인의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서둘러 봉합된 미중 무역갈등이 다음 달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0일 ABC방송과 CBS방송에 나와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대해 “굉장한 진전을 이뤘다”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후속 협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무역전쟁을 보류하고 새로운 틀을 실행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관세 부과도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500억 달러(약 162조 원) 규모의 보복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므누신 장관이 TV에 나와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한 지 몇 시간 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의 기술 보호를 위해 관세가 중요한 수단으로 남아 있다”는 다른 톤의 성명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상 관료들은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의견 차이를 일축했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내용과 톤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므누신 장관, 커들로 위원장 등 ‘현상 유지파’는 금융시장과 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무역전쟁을 서둘러 봉합하길 원하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은 중국에 의한 첨단기술 탈취 등을 막기 위해 무역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중국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번 미중 협상 과정에서 ‘나바로 국장과 므누신 장관의 충돌설’과 ‘나바로 국장 협상 배제설’ 등이 흘러나왔다.

미국 내에선 ‘현상 유지파’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면서 무역전쟁은 피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졸속 합의’라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구매를 늘리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미국 측이 요구한 2000억 달러의 무역적자 감축 제안을 거부한 데다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 논란이 인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대한 규제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12일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서둘러 봉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중 간 실무 합의를 거쳐 11월 중간선거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종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경파가 득세하거나 북한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진의 합의 내용을 뒤집고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위반한 중국의 대형 통신장비업체 ZTE 처리도 변수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도움을 얻기 위해 ZTE 문제를 양보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은 “이것은 법 집행의 문제이지 통상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커들로 위원장도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처벌을 면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중국#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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