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송월 앞세워 ‘평화 올림픽’ 휘젓는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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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어제 강릉을 방문해 공연 현장을 둘러봤다. 경의선 육로를 통해 들어온 현송월 일행은 서울역에서 곧장 고속철도(KTX)를 타고 강릉에 도착했다. 당초 20일 오기로 했다가 갑작스레 취소한 뒤 이튿날 다시 방문 일정을 통보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방문이다. 하지만 현송월은 일방적인 일정 뒤집기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고, 우리 정부도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안하무인 행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합의한 일정도 자기들 편의대로 바꾸는 일이 예사였다. 1, 2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북한은 각각 하루, 2개월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땐 ‘준비 부족’과 ‘수해 복구’라는 이유라도 댔지만 이번엔 한마디 설명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 일행의 경유지마다 경찰 수백 명을 배치하고 KTX도 통째로 내주는 등 귀한 손님 대접을 하는 상황이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제멋대로 행보는 김정은의 변덕스러운 말 한마디에 따라 모든 결정이 오락가락하는 1인 독재체제가 아니고선 상상할 수 없는 비정상적 행태다. 여기엔 남측의 비판적 여론에 불만을 표시하며 남남갈등을 부추기면서 우리 정부를 길들여 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노동신문이 어제 남측 언론을 겨냥해 “악담질” “고약한 망동” 운운하며 맹비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양한 여론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겠다는 뻔한 속셈이다.

이런 가운데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남북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협의 결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는 북한 선수 5, 6명이 합류할 것이라던 예상보다 훨씬 많은 12명이 포함되며 경기마다 3명의 출전을 보장하기로 했다.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던 정부의 다짐은 무색해졌다. 경기 운영에 간섭을 배제하는 감독권도 보장받지 못했다. ‘올림픽 흥행’에 스포츠 정신은 온데간데없다. 더욱이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가 그려진 ‘COR’ 유니폼을 입고 출전할 우리 선수들의 상실감은 과연 어떻게 달랠 것인가.

북한은 마치 올림픽 참가가 우리에게 큰 시혜라도 베푸는 듯 행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평화 올림픽’에만 신경이 곤두선 우리 정부로서는 마냥 끌려가는 모양새다. 어렵사리 재개된 남북교류가 시작부터 이렇다면 향후 이어질 남북관계에서도 같은 양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북한에 따질 것은 따지며 ‘바른 길’을 가르쳐야 한다. 북한도 이런 행태로는 부끄러운 실체를 스스로 노출시켜 우리 사회의 반북(反北)정서만 키울 것임을 알아야 한다.
#현송월#평화 올림픽#북한 예술단#남북관계#북한 안하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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