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中 금기시한 류샤오보 언급 눈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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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앵커가 쓴 ‘바이 씨가 말하길’

중국인들의 다른 나라 지도자, 정부에 대한 비난과 풍자는 신랄하다. 자국 지도자, 중앙정부에 대한 비판은 잘 꺼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깔아뭉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불만은 입 밖에 내지 못한다.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정치통제가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13일 세상을 떠난 중국 민주화운동의 상징 류샤오보(劉曉波) 역시 중국인 대부분이 모르거나 알아도 화제에 올리길 두려워한다.

관영 중국중앙(CC)TV 뉴스채널이야 말할 것도 없다. 공산당의 정책과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한다. 좀 다른 앵커는 있다. 매일 오후 10시 반 방영하는 ‘뉴스1+1’의 진행자인 바이옌쑹(白巖松)이다. 그는 앵무새처럼 정책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못하더라도 중국 국민들이 의문을 가질 만한 대목을 잘 짚어 패널에게 송곳 질문을 던진다.

기자 출신인 그는 중국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국민 앵커다. 그가 펴낸 ‘바이(白) 씨가 말하길’(사진)은 중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비교적 직설적으로 꼬집는다. 2015년 가을에 나온 책이지만 중국판 아마존 ‘당당왕(當當網)’에서 올해 7월 현재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독자 서평이 22만5000여 개, 호평률은 무려 99.8%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도 책 구절을 인용한 포스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길은 끄는 건 이 책에 중국인들이 공개 언급을 금기시하는 류샤오보 관련 대목이 나온다는 점.

책 제목부터 재미있다. ‘바이 씨가 말하길’이라는 뜻의 ‘바이숴(白說)’는 중국어에서 ‘쓸데없는 말을 하다’라는 뜻이다. 그는 자신이 비교적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뉴스1+1 앵커는 많은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고 미움을 사야 하는 자리다. 일반 앵커가 위험이 적지만 미움을 사지 않는 언론인이 자격이 있는가?” 그는 또 “중국은 얻어맞는 시대가 지났다. 욕먹는 시대로 진입했다”며 “집정당은 모든 사람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공산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포함해서”라고도 말한다.

그는 류샤오보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2010년은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로 선정된 해라는 점을 거론한다. “류샤오보의 수상이 정치적 결정임을 노벨위원회도 인정했다”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아주 잘 이해해줄 것이라고 바라지 말라”고 말한다.

저자는 “중국은 큰 도전을 맞고 있다. 당신(중국인)은 (세계에서) 점점 더 많은 권리를 원하지만 다른 사람들(세계)은 당신이 더 많은 의무를 지기를 원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도 외부 세계의 비판 중 받아들일 부분은 겸허히 수용하고 체제 내의 다양성을 확대하라는 고언(苦言)으로 읽힌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바이 씨가 말하길#류샤오보#바이옌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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