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파 캐리 람 당선 하루만에…홍콩 정부, ‘우산 혁명’ 지도부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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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가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 시위 지도부를 전격 기소했다. 26일 치러진 선거에서 친중 성향의 캐리 람(林鄭月娥·60) 전 정무사장(총리 격)이 당선된 직후여서 제2의 우산 혁명이 점화될지 주목된다.

2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베니 타이(戴耀延) 홍콩대 교수, 찬킨만(陳健民) 홍콩중문대 교수 그리고 추이우밍(朱耀明) 목사 등 이른바 ‘우산 혁명 3인방 지도부’는 27일 저녁까지 경찰서에 자진 출두 형식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또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격)인 타냐찬(陳淑莊)과 시우카춘(邵家臻), 리윙탓(李永達) 전 의원, 토미 청(張秀賢) 전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대학학생회 연합체) 등 우산혁명 적극 가담자 6명도 소란 선동 등 혐의로 기소됐다.

9명 모두 6000~1만 홍콩 달러(약 85만~143만 원)의 보석금을 내고 나왔으나 30일 법원에 출두해 재판을 받는다. ‘공중 소란 공모’ ‘공중 소란 선동’ ‘타인에게 선동하도록 선동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지도부는 최고 7년 징역형이 가능하다.

타이 교수 등은 2013년 3월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를 공동 설립하고 이듬해 9월 28일부터 79일간 직선제 등 민주화를 요구하는 ‘우산 혁명’을 주도했다.

27일 당선 직후 선거로 분열된 홍콩의 단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람 당선자는 “이번 기소는 현 정부의 일로 사전 정보가 없었다”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홍콩의 법치와도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장관 직선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간선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 중국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등 불공정했다고 민주 세력 등은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7월 1일 행정장관 취임일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우산 혁명 지도부 등의 기소 파동까지 겹쳐 홍콩 내부 갈등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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