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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양당 체제 붕괴 뒤엔 ‘30대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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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양당 체제 붕괴 뒤엔 ‘30대의 반란’

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7-09-27 03:00수정 2017-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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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광고 같은 선거 포스터, 경력 다채… 정치입문 틀 파괴
젊은 리더들 정치에 새바람… 기성정당 염증 유권자 파고들어
24일 독일 총선에서 숨겨진 돌풍의 주역은 중도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이다. 4년 전 총선에서 4.8%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의회에 진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던 FDP는 이번 총선에서 10.7%를 득표해 80석을 획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 약진은 오롯이 38세 대표 크리스티안 린트너 덕분이라는 게 독일 언론들의 분석이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서 좌우 양당 체제가 급속도로 붕괴되고 다당제로 향하는 가운데 그 반란의 주역에는 30대의 ‘젊은 피’들이 있다. 기성 정당에서는 기득권의 벽에 막혀 크지 못했던 30대 정치인들이 제3의 정당 대표를 맡으며 정치에 신선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생동감 넘치는 젊음을 앞세워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탈냉전 이후 자유분방한 세대로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도 거리낌이 없다.

로이터통신은 “은행가 같은 댄디한 정당을 입고 디자이너처럼 까칠한 수염을 기른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린트너 대표의 흑백 사진을 담은 FDP의 선거 포스터는 마치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의 광고 같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업만 옹호하는 부자 기득권 정당이라는 FDP의 이미지를 탈바꿈시켜 젊은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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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좌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도 지난주 31세 루이지 디마이오 하원 부의장을 대표로 뽑았다. 창당 주역인 69세 베페 그릴로에 대한 피로감이 표심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밝은 표정과 탁월한 친화력이 강점이다.

이들은 경력도 다채롭다. 정치 명문 학교를 졸업하고 정당에 가입해 정치 경력을 쌓는 기존 정치인의 등용문이 통하지 않는다. 공화당, 사회당이 아닌 제3의 정당으로 대통령직까지 거머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글로벌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출신이고, 이번에 독일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의 38세 알리체 바이델 공동대표도 미국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이들은 좌우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의 표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편이다. 린트너 대표는 기존의 감세와 친기업 이미지의 자유민주당 강령을 유지하면서도 4년 전과 비교해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이고, 난민에 강경한 정책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부채가 많은 그리스는 EU를 떠나야 하고, 난민들도 최대한 빨리 고국으로 다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이미 현실로 굳어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같은 중도우파 색채로 그동안 기민당과 연정 경험이 많은 FDP가 이번에도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연정 후보 1순위지만 정작 공동정부를 구성할 경우 난민, EU, 러시아 정책에 있어 메르켈 정부와 갈등의 소지가 많다는 게 독일 언론의 진단이다.

디마이오 대표도 경제정책은 좌파 성향을 따르면서도 이민과 난민에는 반대하는 극우 성향을 띠는 오성운동의 노선 정책을 따른다. 다만 그동안 유로존 탈퇴를 주장했던 당과 달리 EU에는 우호적이다. 이 역시 유로존 탈퇴에 반대하는 국민 대다수의 표심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미천한 정치, 공직 경험으로 아직 제대로 국정 운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6월 로마 첫 여성 시장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로 주목을 받았던 39세의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은 당선 이후 인사 잡음과 부정부패 척결에 실패하면서 오성운동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한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총선 하루 만에 사실상 간판 역할을 해 온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42)가 “연방의회에서 AfD 의석에 앉지 않겠다”고 탈당을 선언해 충격에 휩싸였다. 바이델을 비롯해 친나치 성향을 숨기지 않는 강경파 현 지도부와 페트리가 이끄는 온건파 사이의 갈등이 원인이다. 당을 대중 정당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기여한 페트리가 탈당할 경우 당내 동요가 클 것으로 보인다. 21일에는 프랑스 국민전선의 지략가이자 실질적으로 총선을 이끌었던 플로리앙 필리포 부대표가 마린 르펜 대표와의 노선 갈등을 겪다 탈당했다. 유럽 극우 정당은 대중 정당을 지향해야 한다는 온건파와 정체성을 지키는 강경파 간의 다툼이 있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유럽#총선#30대#중도우파#크리스티안 린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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