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을 이긴 작가? 엄마가 글쓰지 말라고 굿까지 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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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드라마 작가가 됐다’
김동경-유영주 씨의 변신 성공기

5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의 ‘오펜’ 센터에서 만난 유영주(왼쪽) 김동경 작가. 작가 지망생이던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오펜’에 입주해 수련(?)한 뒤 유명 제작사와 미니시리즈 계약도 맺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의 ‘오펜’ 센터에서 만난 유영주(왼쪽) 김동경 작가. 작가 지망생이던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오펜’에 입주해 수련(?)한 뒤 유명 제작사와 미니시리즈 계약도 맺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학원 수학 강사였던 김동경 씨(33)와 게임회사 직원 유영주 씨(33).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평범한 직장생활에도 버릴 수 없는 꿈이 있었다. ‘내 이름이 걸린 드라마를 쓰리라.’ 길은 험난했다. 자욱한 안개처럼 앞이 보이질 않았던 두 사람은 최근 ‘드라마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신인 작가 발굴육성 프로젝트 ‘오펜(O‘PEN)’ 덕분이었다.

5일 서울 마포구 오펜 센터에서 지난해 12월 방영한 tvN 드라마 스테이지의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의 김동경 작가와 올해 1월 ‘파이터 최강순’을 쓴 유영주 작가를 만났다. 정규직이 되고파 탬버린 학원까지 다니는 ‘웃픈’ 계약직을 그린 ‘오늘도…’와 몰래카메라에 피해를 입은 직장인의 통쾌한 복수극을 담은 ‘파이터…’에는 직장인에서 작가로 신분이 바뀐 두 사람의 애환도 함께 묻어났다.

“오펜을 통해 드라마는 결국 감독과 배우가 완성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대본을 설계도 만들 듯 더 친절하고 세밀하게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유 작가)

“지망생 신분으론 만나기도 힘든 현직 감독에게 받는 조언은 정말 양질의 피드백이었어요. 크고 작은 경험치를 나눠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김 작가)
김동경 작가의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위쪽 사진)와 유영주 작가의 ‘파이터 최강순’(아래쪽 사진)은 각각 ‘혼술남녀’의 최규식 PD, ‘닥터 프로스트’의 성용일 PD가 연출을 맡았다. tvN 제공
김동경 작가의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위쪽 사진)와 유영주 작가의 ‘파이터 최강순’(아래쪽 사진)은 각각 ‘혼술남녀’의 최규식 PD, ‘닥터 프로스트’의 성용일 PD가 연출을 맡았다. tvN 제공

두 작가는 지난해 2월 오펜 공모전에 출품된 2952편 가운데 최종 선정된 20편에 포함돼 같은 해 4월부터 오펜 센터에 입주했다. 밤샘 작업도 거뜬하도록 개인 집필실에 침대와 먹거리가 제공됐다. ‘감독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열렸다. 김규태(괜찮아 사랑이야), 김상호(환상의 커플), 최규식(식샤를 합시다2) 등 현직 연출 감독에게 4개월 동안 ‘멘토링’을 받았다. CJ E&M 데이터인사이트팀의 ‘트렌드 이슈’, 한국방송작가협회의 ‘카피 이슈와 계약서 쓰는 법’ 등의 강연도 매달 한두 차례씩 들었다.

선배 작가들의 강연은 피와 살이 됐다. 김 작가는 “정성주 작가의 ‘작가는 시련과 친해져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제작진과의 의견 차를 조율하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알려줬다”며 고마워했다. 유 작가는 ‘로맨스가 필요해’의 정현정 작가를 떠올렸다. “요즘 젊은 세대는 드라마를 장면 단위로 소비한다는 팁을 알려주셨어요. 달라진 세대에 맞춘 실험적 드라마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장르 드라마가 대세인 최근 흐름에 맞춰 다양한 현장 취재도 경험했다. 오펜 작가들은 서울남부교도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방청 등을 방문해 실무자와 깊은 대화를 나눴다. 유 작가는 “교도소는 상상과 너무 달랐는데 오히려 교정본부에서 드라마 속 왜곡을 서운해할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김 작가는 탬버린 연주 장면을 위해 ‘전문가’도 만났다. “직접 탬버린 학원을 다녔는데 손목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배우 박희본 씨가 부산 탬버린 연주자 사이에서 ‘테크닉파’ 고수로 꼽히는 김경락 선생님께 직접 배워 현란한 회식 장면이 가능했죠.”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김 작가는 8년, 유 작가는 3년의 세월이 걸렸다. 김 작가는 “어머니가 딸이 글을 그만 쓰도록 굿까지 하셨다. 끝내 작품을 썼으니 무당과의 기 싸움에서 이긴 셈”이라며 웃었다. 두 작가는 각각 삼화네트웍스, 로고스필름과 계약을 맺어 조만간 미니시리즈도 선보인다.

CJ E&M과 CJ문화재단이 드라마와 영화 작가 지망생을 위해 마련한 ‘오펜’은 올해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2020년까지 13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예산에 70억 원을 추가 편성해 단막극 완성도를 높이고 PD 멘토링과 현장 취재, 작품 계약 등 지원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신인 작가 발굴육성 프로젝트#오펜#김동경 작가#유영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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