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산다’ 일반인 버전… 화장기 뺀 리얼리티 ‘브이로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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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일상 생중계 ‘인기’

[1] 미국 뉴욕 직장인의 일상을 그린 유튜버 ‘쥬히’의 브이로그 중 대학원 졸업식 모습. [2] 유튜버 ‘유트루’(왼쪽)가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서브 채널로 개설한 브이로그. [3] 꾸미지 않은 ‘집순이’의 일상을 그대로 공개해 인기를 얻은 유튜버 ‘김갈릭’의 브이로그. 유튜브 화면 캡처
[1] 미국 뉴욕 직장인의 일상을 그린 유튜버 ‘쥬히’의 브이로그 중 대학원 졸업식 모습. [2] 유튜버 ‘유트루’(왼쪽)가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서브 채널로 개설한 브이로그. [3] 꾸미지 않은 ‘집순이’의 일상을 그대로 공개해 인기를 얻은 유튜버 ‘김갈릭’의 브이로그. 유튜브 화면 캡처
《화면 속 여자가 침대에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다. 커피를 내리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켠 뒤 코코넛 오일을 프라이팬에 한 스푼 넣자 토스트가 익어간다.

이 모든 과정이 어느 일요일 아침 평범한 일상처럼 느릿느릿 이뤄진다. 영상에는 그 흔한 배경음악도 없다. 커피 내리는 소리, 토스트가 프라이팬에서 익어가는 소리뿐.》
 

프랑스 예술 영화나 관찰 카메라의 한 장면이 아니다. ‘브이로그(Vlog)’를 올리는 유튜버 ‘김갈릭’(본명 김하늘·28)의 유튜브 채널 영상이다. 김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3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브이로거’다. 김 씨의 일상 동영상에는 ‘같은 집순이로서 일상에 공감한다’거나 ‘영상이 꾸밈없어 좋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에 자신의 일상을 생중계하는 ‘브이로그’라는 새로운 장르가 최근 인기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블로그에 일기를 쓰듯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려 타인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MBC 주말 예능 ‘나혼자 산다’와 같이 관찰 카메라로 일상을 중계하는 형식이지만 등장인물이 연예인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인기 유튜버들이 일상을 공개하는 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구독자가 30만 명에 이르는 뷰티 유튜버 ‘유트루’는 ‘유브이로그’라는 서브 계정을 통해 가족과 여행하고 요리를 하는 일상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 채널의 구독자만 8만 명이다.

브이로그의 인기 원인은 ‘공감’과 ‘대리만족’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나와 비슷하게 사는 누군가의 일상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 평범한 이들이 외국을 여행하고 맛집을 가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직장에 다니는 최주희 씨(28)는 올해 4월 ‘쥬히’라는 유튜브 브이로그를 개설했다. 최 씨는 대학원에서 ‘카메라와 노트북만 있다면 일반인도 유명인과 같은 마케팅 파워를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의 수업을 듣고 일부러 주변 누구에게도 계정을 알리지 않았다. 직장과 대학원 생활, 결혼 준비 과정을 소소하게 올릴 뿐이지만 최 씨의 계정은 입소문만으로 약 석 달 만에 구독자 5000명을 돌파했다. 최 씨는 “쳇바퀴 도는 무료한 직장인의 일상은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하기 때문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며 “뉴욕이라는 도시와 다문화적 환경에서 저 같은 일반인이 생활하는 모습에 흥미를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텍스트보다 영상에 익숙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1인 동영상 제작을 활발하게 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CJ E&M의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사업부 다이아TV의 오진세 팀장은 “연예인들이 TV를 통해 보여주는 정제된 영상에 비해 유튜브에서 보는 일상 동영상은 더 진솔하고 실시간 소통이 잘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친근하고 친밀한 콘텐츠, 소통을 원하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나혼자 산다#나혼자 산다 일반인 버전#브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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