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조연출 사망, 유가족 “위협 일삼고 노골적 갈굼…부모님 가슴에도 대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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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4월 18일 1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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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한솔 씨 소셜미디어
사진=이한솔 씨 소셜미디어
지난해 10월 일어난 tvN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의 당사자 故 이한빛 PD의 유가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故 이한빛 PD는 지난해 1월 CJ E&M PD로 입사했으며, 4월 CJ E&M 방송부문 tvN 제작본부 기획제작 2CP ‘혼술남녀’ 팀에 배치됐다. 그러나 그해 10월 25일 ‘혼술남녀’가 종영된 후,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으로 자살로 추정된다.

故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 씨는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즐거움의 끝이 없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대기업 CJ, 그들이 사원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관하여”라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어느 날, 그가 참여하던 ‘혼술남녀’ 제작팀은 작품의 완성도가 낮다는 이유로 첫 방송 직전 계약직 다수를 ‘정리해고’ 했다. 그는 손수 해지와 계약금을 받아내는 ‘정리’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며 “그는 현장에서 모욕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 언제나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가, 자신이 꿈꾸었던 공간에서 오직 비열하게 살아야하는 현실에 갇힌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알게 됐다. CJ라는 기업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두 번이나 박았었다. 형의 생사가 확인되기 직전, 회사 선임은 부모님을 찾아와서, 이한빛 PD의 근무가 얼마나 불성실했는지를 무려 한 시간에 걸쳐 주장했다”며 “결국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회사직원에게 사과를 했고, 몇 시간 뒤 자식의 싸늘한 주검을 마주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자식을 죽게 만든 가해자가 눈앞에서 자식을 모욕하는데도, 잘못하지도 않은 일에 사과를 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또한 “다행히도 주변사람들과 형 친구 분들의 도움으로 작은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형이 남긴 녹음파일, 카톡 대화 내용에는 수시로 가해지는 욕과 비난이 가득했다. 사람을 벼랑 끝까지 몰았고, 형이 사라진 순간에도 ‘X새끼’ 등 비아냥의 대화만 남아 있었다”며 “알고보니 그들이 부모님께 처음 연락을 취한 이유도 사라진 사람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는, 형이 챙겨두었던 법인카드 한 장을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사람이 사라진지 무려 만 5일이 지나서야 움직인 그들 때문에 형의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조차 어이없게 놓쳤다”고 말했다.

이 씨의 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CJ 측은 서면을 통해 ‘학대나 모욕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답변을 밝혔으며, 문제가 있었다면 이한빛 PD의 근태불량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회사 측은 “조사 자체가 사실과는 다른 왜곡된 결론으로 도출 될 수 있으며, 고인과 함께한 연출부 구성원들에게는 명예훼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우려가 있음을 말씀 드린다. 아무쪼록 유가족분들이 협조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는 추가 코멘트를 덧붙였다고.

이에 이 씨는 자신이 현역 군인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혼술남녀 제작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는 “다행히도 몇몇 사람들은 죽음을 위로하고자 증언에 참여해줬다”며 “특정 시점 이후, 이한빛 PD는 팀이 사라질 경우 그 업무를 모두 일임하고, 딜리버리, 촬영준비, 영수증, 현장준비 등 분담할 수 있는 업무조차 홀로 맡는 구조가 됐다. 심지어 계속된 밤샘 촬영에 쉬는 날은 자료정리까지 일임하게 되어 잠도 못자고 출근만 해야했다. 과도한 업무 속에 지각을 하면 ‘이 바닥에 발 못이게 할 것이다’는 등의 위협을 일삼고, 버스 이동시 짐을 혼자만 옮기게 하는 등 노골적인 갈굼 행위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 씨는 “도움 줄 사람이라고는 현역 병사에 불과한 동생뿐이었던 고인의 목소리가 정말 많은 사람들의 공감 속에 세상에 묻히지 않았던 이유에는, 누구나 절감하던 구조적·개인적 치부가 CJ E&M과 방송업계에 존재했기 때문”이라며 “상대가 대기업이고 우리가 아무리 작은 사람들일지라도, 생명 앞에서는 똑같이 존중받을 수 있음을 보이고 싶다”고 토로했다.

한편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입장발표 기자간담회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유가족 대표는 “시청률을 위해 한 젊은이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의 감정을 따뜻하게 했다고 드라마를 홍보하곤 했는데 정말 뻔뻔하다”며 “아들의 삶을 매도한 것과 죽음에까지 몰고 간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또 다른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전혀 없었고, 반성도 없고 개선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J E&M 측은 아직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는 상황이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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