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 대신 ‘절대 반지’ 등장?…어디서 본 듯한 ‘반지의 여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3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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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아름다운 그녀.’(2002년 국내 개봉)

노땅 같아 보이겠지만, 네이버·MBC 웹 드라마 ‘반지의 여왕’을 보는 내내 이 영화가 떠올랐다. 최면에 걸린 주인공 할(잭 블랙)의 눈에 엄청난 덩치를 지닌 여성을 절세미녀(기네스 펠트로)로 보인다는 내용. ‘반지의 여왕’엔 최면 대신 ‘절대 반지’가 등장할 뿐.

못난 외모로 연애는커녕 어딜 가도 구박받는 대학생 모난희(김슬기). 같은 학교 ‘킹카’ 박세건(안효섭)을 짝사랑하지만 명함도 못 내미는 처지다. 허나 집안의 마법반지를 끼면 그걸 끼워준 사람에겐 자신이 이상형으로 보인다는 걸 알게 된다. 어렵사리 작전에 성공해 세건과 연애를 시작하지만, 그는 자기를 절친 강미주(윤소희)로 보고 있단 사실을 깨닫는데….

‘반지의 여왕’은 묘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앞서 얘기했듯 기시감이 크지만, 그리 뻔하진 않다. 한편 보고나면 다음편이 궁금해진다. 속도감이 관건인 웹 드라마답게 이야기 전개를 질질 끌지 않는다. 물론 띄엄띄엄 넘어가는 대목이 잦지만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진 않다.



여기엔 모난희 역을 맡은 배우 김슬기의 공이 크다. 2015년 웹 드라마 ‘퐁당퐁당 LOVE’에서 주인공 자질을 충분히 증명한 그는 평범한 장면도 맛깔 나게 살리는 재주를 지녔다. 2011~3년 tvN ‘SNL 코리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패러디 등을 통해 쌈빡하게 욕설을 내뱉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다.

반응도 뜨겁다. 현재 전체 21회 가운데 19회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누적 재생수가 벌써 약 800만 회다. 1000만이 넘으면 ‘대박’이라 부르는 웹 드라마에서 엄청난 성적이다. 다만 9, 16일 MBC를 통해 방영한 TV판은 시청률이 1%를 겨우 넘는 수준. TV 주 시청자들이 보수적인 편이란 걸 감안해도 아쉬움이 크다. ★★★(별 다섯 개 만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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