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매치] KBS주말극, 익숙한 모정보다 ‘서툰 父情’이 뜨거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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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청자들은 모성애보다 부성애에 더 뜨겁게 반응했다. 모성애 코드의 ‘파랑새의 집’(위쪽사진)은 최고시청률이 27.5%였지만, 부성애를 앞세운 ‘내 딸 서영이’는 47.6%까지 치솟았다. 사진제공|KBS
드라마 시청자들은 모성애보다 부성애에 더 뜨겁게 반응했다. 모성애 코드의 ‘파랑새의 집’(위쪽사진)은 최고시청률이 27.5%였지만, 부성애를 앞세운 ‘내 딸 서영이’는 47.6%까지 치솟았다. 사진제공|KBS
■ 최근 3년간 시청률 본 KBS주말극

부성애 코드 ‘내 딸…’ 최고시청률 47.6%
유동근 열연 ‘가족끼리…’ 43.3%로 종영
모성 다룬 ‘…이순신’ ‘파랑새의…’30%대
“감정에 서툰 아버지 존재,신선하고 감동”


KBS 2TV 주말드라마는 오랫동안 폭 넓은 시청자의 신뢰를 받아왔다. 다매체·다채널 환경으로 시청률이 분산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으로 본방 시청자가 줄어들지만, 꾸준히 20∼3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통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편성일과 시간대 특성상 ‘가족’을 주요 소재로 다루면서 주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까닭이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KBS 주말극은, 시간적 배경은 다를지라도 그 안에서 그려지는 내용은 대개 부모와 자녀간의 이야기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부성애’와 ‘모성애’, 두 가지 코드로 나뉜다. 자녀를 중심으로 아버지 또는 어머니와의 얽히고설킨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눈여겨볼 점은 지난 3년간 방송한 KBS 주말극의 시청률을 살펴보면, 부성애가 부각된 작품이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았다는 것이다. 현재 방송 중인 ‘부탁해요, 엄마’가 30%(닐슨코리아)를 넘는 시청률을 보이지만,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모성애 코드의 드라마는 생각만큼 시청률이 높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9월부터 방송한 ‘내 딸 서영이’는 부성애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주말 저녁마다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아버지는, 행복을 위해 자신을 버린 딸을, 딸이기에 품었고, 헌신적인 아버지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크게 공감했다. 평균시청률 33.3%에 최고시청률은 47.6%였다. 소현경 작가의 탄탄한 글과 천호진과 이보영의 열연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부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적었던 부분이 시청자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최고시청률 43.3%로 종영한 ‘가족끼리 왜 이래’는 유동근의 존재감이 컸다. 아버지 홀로 어렵게 세 남매를 키우는 모습은 연민을 느끼게 했다. 자식들 앞에서는 언제나 강하지만, 방에서 홀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서 ‘우리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최고시청률이 48.3%였던 ‘왕가네 식구들’(2013)에서도 장용은 흔들리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짊어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반면 어머니와 딸이 오해를 풀고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에는 시청자들이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다. ‘최고다 이순신’(2013)과 ‘파랑새의 집’(2015)은 KBS 주말드라마다운 성적을 내지 못했다. ‘최고다 이순신’은 최고 시청률이 30.8%, 평균시청률은 25.8%였고, ‘파랑새의 집’은 최고 27.5%, 평균 23.7%에 그쳤다.

평균 시청률과 최고 시청률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은, 새로운 시청자들이 계속 유입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주말드라마는 고정 시청층이 있어 기본적으로 20%는 넘지만,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26일 “사실 드라마 소재로서 부성애는 모성애에 비해 익숙하진 않지만 낯선 감정은 아니다.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숨겨져 있다보니 자주 소비되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보니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아버지와 자녀와의 관계를 통해 감정의 동요를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버지라는 존재는 감정에 서툰 존재다. 그 존재가 폭발했을 때 시청자에게 주는 울림이 크다. 상대적으로 어머니는 평소 감정 표현이 잦다. 모성애는 다양하게 소비된 반면 부성애는 소재 자체로서 신선하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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