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소녀’들, 하얀 우비 입고 웃고 울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15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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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흰색 풍선의 물결이 일어났다. 그룹 H.O.T.가 13·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 콘서트’를 열고 10만 팬들과 뜨겁게 재회했다. 사진제공|솔트이노베이션
17년 만에 흰색 풍선의 물결이 일어났다. 그룹 H.O.T.가 13·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 콘서트’를 열고 10만 팬들과 뜨겁게 재회했다. 사진제공|솔트이노베이션
■ H.O.T. 17년 만의 재결합 무대…‘1990년대로 떠난 추억여행’ 눈물·환호 물결

공연 10시간 전부터 흰색 우비 점령
아줌마가 된 소녀들…팬심은 여전해
문희준 “17년 만에 공연 팬들께 죄송”
강타 “영원히 함께!” 완전체 시사도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은 현실이 됐다.

기약도 없는 긴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이들이 뜨거운 눈물로 포옹했다. 2001년 5월13일, 마지막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헤어진 오빠들과 소녀들은 그저 “기다려줘서”,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

17년 만에 재결합 무대가 성사된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콘서트가 13·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깊어가는 가을밤, 바람도 제법 쌀쌀하게 불었지만 다섯 ‘오빠’들과 10만 ‘소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밤하늘을 흰색 물결로 수놓았다.

그룹 H.O.T. 콘서트 모습. 사진제공|솔트이노베이션
그룹 H.O.T. 콘서트 모습. 사진제공|솔트이노베이션

● “단지 널 사랑해∼”…1990년대로 떠난 추억여행

첫 공연이 열린 13일 공연장 일대는 공연 시작 10시간 전부터 ‘흰색 우비’ 부대가 점령했다. 큼지막한 검정 글씨로 ‘클럽 H.O.T.’라고 쓰인 우비를 입은 팬들은 일찌감치 줄을 서고 공연이 열리기만 기다렸다.

공연이 시작되자 다섯 멤버들은 17년 전 그때로 돌아갔다. 당시 활동했던 무대의상을 그대로 입고 ‘전사의 후예’를 시작으로 ‘늑대와 양’ ‘열맞춰’ ‘아이야’ ‘우리들의 맹세’ ‘행복’ ‘위 아 더 퓨처’ ‘캔디’ ‘빛’ 등 히트곡을 열창했다. 토니안은 당시 트레이드마크였던 금발을 위해 염색했고, 문희준과 강타는 칼머리, 가위손 등을 다시 선보였다.

‘캔디’는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장우혁의 벙거지 모자, 토니안의 파란색 고글, 문희준을 닮은 기즈모 인형이 등장하자 팬들은 환호했다.

멤버들의 세월의 흔적(?)은 숨길 수 없었지만, 강타의 가창력, 장우혁의 춤실력 등은 여전했다. 솔로 무대를 통해서 저마다 매력을 과시했다.

공연이 열린 올림픽주경기장은 이들이 마지막 콘서트를 연 곳이라 멤버들은 여러 감정이 교차한 듯했다. 문희준은 “17년 만에 같은 장소이지만 너무 오래 걸려서 돌아온 것 같다. 2001년 제가 ‘우리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얘기했는데 이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토니안은 “지금 이 순간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감격했다. 장우혁도 “제가 이 자리에 선 것도, 이렇게 많은 팬들 온 것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고, 내년이면 어느덧 마흔 살이 되는 막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재원은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어서 꿈만 같다”고 팬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룹 H.O.T. 콘서트 모습. 사진제공|솔트이노베이션
그룹 H.O.T. 콘서트 모습. 사진제공|솔트이노베이션

● 완전체 가능성? “영원히 함께하자”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5개의 LED 화면에는 ‘#2019’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에 앞서 개별 솔로 무대를 통해 디지털 싱글곡 ‘HOT KNIGHT’를 공개한 토니안은 “어쩌다보니 제 신곡이 나오게 됐다. 다섯 명의 음악이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은 준비가 덜된 상황”이라며 “그날이 오는 날까지 제 음악도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토니안의 말과 내년을 기약하는 메지시가 이들의 공연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이 공연을 시작으로 완전체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강타와 문희준도 “늦었지만 함께 모일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자주 이렇게 모였으면 좋겠다. 우리 영원히 함께하자”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 초 한 차례 더 추가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와 시간 등은 논의 중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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