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힙합-EDM 축제… 쪼그라든 록-재즈 페스티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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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30% 넘게 줄어 수익성 타격… 지산록페 올해 안 열기로 가닥, 송도 펜타포트만 명맥 이을듯
자라섬재즈축제는 2일로 축소, 운영문제로 檢 수사… 보조금 끊겨
“음악축제, 다변화 지역화” 분석도

야외에서 열리는 대형 록·재즈 축제가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이천에서 열린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무대. 동아일보DB
야외에서 열리는 대형 록·재즈 축제가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이천에서 열린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무대. 동아일보DB

한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야외 록·재즈 페스티벌이 일제히 위기를 맞았다.

17일 공연계에 따르면 CJ E&M은 올해 경기 이천시 ‘지산밸리록페스티벌’(지산)을 사실상 개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최대 재즈축제로 평가받아온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자라섬)도 기간을 사흘에서 이틀(10월 13, 14일)로 줄이고 무대 구성도 축소한다.

전문가들은 2010년대부터 과열된 국내 페스티벌 시장의 무한경쟁과 주먹구구식 운영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반면 이를 계기로 페스티벌의 해묵은 문제를 개선하고 양질의 공연을 관객에게 선사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한때 수도권에만 5개 난립…올해는 록 페스티벌 ‘단일화’ 유력

국내에서 야외 대형 음악축제의 효시는 1999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다. 국내외 반응이 뜨거워지자 2006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펜타포트), 2009년 지산이 잇따라 출범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현대카드가 주최한 ‘시티브레이크’(2013, 2014년), 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의 영향을 받은 ‘슈퍼소닉’(2012∼2014년)까지 생기면서 한때 수도권에만 초대형 록 축제 5개가 격돌하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현재는 지산과 펜타포트 말고는 모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예년 같았으면 이달 초, 벌써 출연진 일부를 공개하고 예매를 개시했을 지산이 아직도 잠잠하다. CJ E&M 관계자는 “여러 여건상 개최가 어려워 논의 중”이라며 “지난해 ‘뮤직앤드아츠’로 콘셉트를 확장해 미술과의 접점을 꾀했지만 (흥행이) 쉽지 않았다. 다른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방식 등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지산은 지난해 관객이 30% 이상 급감하며 수익성 측면에서 위기를 맞았다.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과 힙합 축제가 득세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1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록 페스티벌이 새로운 분위기를 일신하지 못하며 관객들의 관심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7, 8월 대형 록 페스티벌은 인천 송도의 펜타포트로 단일화되는 분위기다. 펜타포트 관계자는 “이달 말 출연진 공개와 예매 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라며 “이번 기회에 여름 대표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열리는 대형 록·재즈 축제가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 가평에서 열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무대. 동아일보DB
야외에서 열리는 대형 록·재즈 축제가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 가평에서 열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무대. 동아일보DB

○ 흔들리는 자라섬…업계 관행 개선 계기 될까

2004년 시작한 자라섬은 해마다 10만여 관객을 동원한,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18년 문화 관광 대표 축제다. 하지만 2015년 자라섬 조직위가 주최했던 ‘뮤직런 평택’ 페스티벌 운영 문제로 불거진 검찰 수사가 최근 자라섬까지 옮아왔다. 사무국장과 제작사 대표가 정부·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며 위기를 맞았다.

수사가 길어지며 결국 자라섬은 연간 최대 10억 원에 육박하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올해는 못 받게 됐다. 인재진 총감독은 “15주년을 맞아 독자적 생존 방법을 찾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라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출연진 섭외는 완료했다. 예년과 다름없는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 페스티벌 전체 시장의 위축으로 직결되진 않는다는 진단도 나온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은 9월 이후 야외광장에서 대형 음악축제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하이네켄에 이어 EDM 축제 ‘스타디움’(7월)의 주 후원사로 나섰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근래 대구 힙합페스티벌이 흥행하고 올해 충북 ‘옥천뮤직페스티벌’(5월)도 신설됐다. 굵직한 페스티벌이 시장을 선도하던 단계를 지나 이제는 다변화, 지역화, 특성화 페스티벌이 주목받는 방향성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지산밸리록페스티벌#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록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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