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돌 내가 지킨다” 팬심의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제2 소속사’ 역할까지 나선 팬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연예기획사 앞에 한국 아이돌 그룹의 해체를 반대하는 팬 120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팬클럽 제공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연예기획사 앞에 한국 아이돌 그룹의 해체를 반대하는 팬 120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팬클럽 제공
지난달 21일 일본인 이시다 미즈에 씨(36·여)는 한국 땅을 밟자마자 곧바로 서울 마포구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CJ E&M 본사 앞. 아이돌 그룹 JBJ의 해체 반대 집회가 열리는 곳이다. JBJ는 지난해 CJ E&M의 음악전문채널에서 방송된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가수들로 구성됐다.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그룹이라 이달 30일을 끝으로 해체될 예정이다. 이에 반대하는 팬들은 연이어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도 가세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시다 씨뿐 아니라 미국과 태국에서 온 팬도 합류했다. 100명 안팎이 모인 집회에서 이시다 씨는 서툰 한국말로 “JBJ 활동 연장 재검토를 추진하라”란 구호를 따라 외쳤다. 국내외 팬이 모인 다국적 집회는 지난달 25일과 30일에도 열렸다. 매번 국적이 다른 해외 팬 2∼5명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태국인 부아러드 타낫차 씨(27·여)는 “집에 가는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시위에 참석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팝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아이돌을 향한 팬덤도 한층 진화하고 있다. 이시다 씨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아 집회에 참가하고 안티 팬에 대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사실상 ‘제2의 소속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 찬열의 팬클럽은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찬열을 비방하는 악플러들을 처벌해 달라는 것이었다. 팬들은 찬열의 이름으로 직접 고소할 경우 자칫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대리 소송전에 나섰다. 팬들은 찬열에 대한 악성 댓글이 심각하자 무려 2년 동안 일일이 댓글을 캡처하는 등 증거 자료를 모았다. 변호사 선임을 위해 모금 활동도 벌였다.

소속사를 대신해 홍보에 나서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JBJ 팬들은 데뷔 전부터 모금 활동을 벌였다. 특히 해외 팬의 호응이 컸다.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영국 등 전 세계에서 2000만 원이 모였다. 이 돈으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 JBJ의 데뷔를 기원하는 광고를 냈다. 이시다 씨는 “지금껏 JBJ를 위해 쓴 돈만 수천만 원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아이돌#지킨다#팬심의 진화#제2 소속사#역할#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