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음담잡담] “이러려고 긴세월 연습했나”…아이돌, ‘워너원’에 허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2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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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워너원. 사진제공|엠넷
그룹 워너원. 사진제공|엠넷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한 모 남자 연습생의 생일에 1t 트럭 3대 분량의 선물이 최근 소속사로 배달됐다. 해당 소속사에 따르면 선물은 태블릿PC 같은 비교적 고가품도 있었지만 의류와 신발 등 패션 아이템, 케이크와 과자 등 식품류, 인형 등 중저가 품목이 많았다. 청소년들이 보낸 것으로 보인다.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연습생 신분이지만, 그 인기가 여느 아이돌 스타 못지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프로듀스101’ 연습생의 생일선물 이야기가 아이돌 세상에 알려지면서 “내가 이러려고 긴 세월 연습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웃픈’ 유행어를 되뇌며 좌절감과 허탈감을 드러내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많다고 한다. 수년의 고된 연습생 생활 끝에 데뷔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입장에서는 연습생이 인기 TV프로그램 출연만으로 벼락스타가 되는 현상에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저런 연습생이 우리 회사에 있었나’ 할 정도로 얼굴도 몰랐던 소속사의 후배가 자신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는 현상을 목도한 기존 아이돌은 더 깊은 낭패감을 느낄 것이다.

‘프로듀스101’를 통해 탄생한 11인조 프로젝트그룹 워너원이 아이돌 시장을 강타할 태풍으로 예견되면서 연습생을 내보낸 소속사 측도 마냥 행복한 건 아니다. 언젠가 데뷔시켜야 할 연습생이 높은 인지도를 얻은 건 기쁜 일이지만, 한창 팬덤을 확장시켜야 하는 2∼3년차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국내 아이돌 시장의 크기가 정해져 있는데, 결국 워너원에게 팬들을 빼앗기는 형국이다.

워너원은 내년 12월까지 시한부 활동을 벌인다지만, 신인급이 커야할 때 못 크면 결국 못 크는 게 아이돌 세계의 이치다. ‘인생은 타이밍’이란 말이 있다. 누군가에겐 ‘프로듀스101’이 완벽한 타이밍이었지만, 또 누군가에겐 좋지 않은 타이밍일 수 있다. ‘프로듀스101’이 끝나고 아이돌 시장에는 그렇게 허무감이 밀려들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부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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