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울림 김창훈 “환갑 지나도 악상은 청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31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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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둘째 김창훈(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결성한 김창훈과 블랙스톤즈. 6월17일 서울 서교동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열리는 0집 ‘황무지’ 발매기념 콘서트에는 산울림의 맏형 김창완이 게스트로 나선다. 사진제공|딜라이트뮤직
산울림 둘째 김창훈(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결성한 김창훈과 블랙스톤즈. 6월17일 서울 서교동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열리는 0집 ‘황무지’ 발매기념 콘서트에는 산울림의 맏형 김창완이 게스트로 나선다. 사진제공|딜라이트뮤직
■ ‘김창훈과 블랙스톤즈’ 첫 밴드활동

지금도 악상 샘솟아…나도 신기해
밴드는 본격적인 음악활동 출사표
첫 앨범 ‘0집’은 40년 음악 집대성
산울림선 못 보여줬던 음악 할 것

“나도 악상이 샘솟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그런가, 자다가도 뭔가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 쓰곤 한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김창훈과 블랙스톤즈’라는 밴드를 결성하고 또 한 번 새로운 음악여정을 시작한 산울림 김창훈(61)은 창작의 감성이 마르지 않는 비결을 묻자 미소로 답했다.

김창훈은 작년 ‘흑석동’ ‘아버지’ 싱글 두 장과 4집 ‘호접몽’을 발표하면서 4년 공백을 깼고, 6월1일 김창훈과 블랙스톤즈의 첫 음반 ‘황무지’를 발표한다. 연말 혹은 내년 초 내놓을 밴드의 새 앨범 수록곡 10곡의 작업은 이미 끝냈다.

“창작은 본능적이다. 그동안 감성이 고갈될 정도로 음악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30∼40대에 지칠 때까지 쏟아냈더라면, 어렵지 않았을까.”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나온 김창훈은 “1982년 취직을 하면서 산울림 활동을 중단”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김완선 ‘오늘밤’(1986) ‘나홀로 뜰앞에서’(1987)를 작곡하고, 1992년 첫 개인앨범을 냈다. 다시 1997년 산울림 13집에 참여하고, 2003년 팬클럽 산울림매니아가 결성되면서 산울림 14집 구상을 시작했다. 2006년 산울림 30주년 공연을 하고, 2009년과 2012년 각각 2집과 3집을 냈다. 산울림 첫 해체 후 반복해온 4∼5년의 공백은, 감성이 녹슬지 않고 창작의 자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된 셈이다.

밴드는 작년 4집을 준비하면서 기획했다. 주변에서 4집의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며 밴드 결성을 권했고, 기타리스트 유병열을 소개받으면서 급속도로 진행됐다.

김창훈은 “솔로 때는 음반을 내는 데 의미를 뒀다면, 밴드는 ‘활동’을 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라면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예고했다.

“한국에서 밴드는 가수 중심으로 연주자가 있는데, 우리는 ‘가수와 연주자’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다. 지금은 김창훈과 블랙스톤즈라는 이름을 쓰지만 인지도가 생기면 블랙스톤즈로 활동할 예정이다.”

김창훈과 블랙스톤즈의 첫 앨범은 ‘0집’이다. “40년 음악을 집대성했다”는 그는 “과거를 매듭짓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0집’으로 이름 붙였다. 블랙스톤즈의 새 출발점이면서 1, 2집이 이제 나올 거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블랙스톤즈는 맏형 김창완과 막내 김창익(작고) 등 산울림 삼형제가 살았던 서울 흑석동에서 착안했다. 여기에 “모든 색을 합치면 검은색(블랙)이 되듯 다양한 스펙트럼에, 돌(스톤)처럼 단단한(완성도 높은)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김창훈은 ‘회상’ ‘황무지’ ‘독백’ ‘산할아버지’ ‘나 어떡해’ 등을 작곡했다. 평범한 사랑 노래로 시대상을 은유하던 산울림 음악의 한 축을 담당했다. 솔로가수로는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나누는 ‘4월의 눈물’을 발표했다. 김창훈은 블랙스톤즈를 통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음악”과 “산울림에서 하지 못했던 주제와 컬러”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출사표를 냈으니, 이제 자주 활동하겠다. 공연이나 페스티벌, 지자체 행사 등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무대라면 열린 마음으로 오르고 싶다.”

김창훈은 블랙스톤즈가 서울 홍대를 본거지로 삼는 인디음악계에서 소중한 의미가 되기를 바랐다. 블랙스톤즈로 인해 ‘홍대 생활’을 시작한 그는 생활이 어려워 막노동을 비롯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음악을 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일종의 사명감을 갖게 됐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음악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좋은 밴드들과 협업도 많이 할 것이고, 지명도가 생기면 후배들을 끌어주고 밀어주고 싶다.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이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마다지 않겠다.”

● 김창훈


▲1956년 2월11일생 ▲서울대 농대 밴드 ‘샌드페블스’ 5기 ▲1977년 형 김창완, 동생 김창익과 함께 산울림 1집 ‘아니 벌써’로 데뷔 ▲제1회 MBC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 ‘나 어떡해’ 작사·작곡(샌드페블즈·1977) ▲1982년 해태상사 입사하며 산울림 활동 중단 ▲1987년 미국 이주·해태 아메리카 근무 ▲1992년 첫 솔로 앨범 ▲‘더 러브’(2009), ‘행복이 보낸 편지’(2012), ‘호접몽’(2016) 등 발표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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