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혜경, 목소리 잃을뻔한 아픔…꽃으로 이겨냈어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8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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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순간을 지나고 보니, 과거의 모든 순간이 행복했던 것 같다”는 박혜경은 “좋은 노래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을 주면서 행복한 순간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절망의 순간을 지나고 보니, 과거의 모든 순간이 행복했던 것 같다”는 박혜경은 “좋은 노래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을 주면서 행복한 순간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 소송·성대 수술 시련 딛고 돌아온 ‘노래하는 플로리스트’ 박 혜 경

“꽃으로 힐링, 플로리스트 도전했죠”
최근 데뷔 20주년 기념싱글 발표도

가수 박혜경은 몇 년 전까지 하루도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밥을 먹다가도 눈물이 났다. 길을 걸으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웃어도 눈물이 나는” 경험까지 했다. “억울한 오해”로 모든 걸 잃고,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극도의 불행감으로 내몰았다. “‘화’, 그 이상의 감정”으로 그는 늘 “손발이 떨”렸다.

“가진 것 모두 잃고, 성대폴립으로 노래를 못하는데 돈을 벌어야 하고.”

박혜경 인생 최고의 위기는 2011년 운영하던 피부관리숍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소송에서 시작됐다. “건물주로부터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는 1건의 보도에 ‘사기꾼’으로 낙인 찍혀 모든 일을 중단해야 했다. 방송 하차뿐 아니라 피부관리숍 체인점 모두 문을 닫았다. 운영하던 카페도 폐업했다. 3년의 소송 끝에 승소했지만 더 큰 불행이 닥쳐왔다. 성대에 물혹이 생겨났다. 가수 생명을 걸고 수술을 했다.

“노래하다 생긴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로 성대에 폴립이 생겼다. 너무 어이가 없더라.”

박혜경은 상큼한 목소리가 매력이다.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독보적인 목소리를 가졌다. 그 목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독히도 힘든 일이었다.

“노래하기 위해선 많은 것을 양보하고 포기하면서 살아야 한다. 술은 물론 밤늦게 깨어 있지 않았고 수다도 많이 떨지 않았다. 신물이 넘어와 목을 다칠까봐 위장도 관리했다. 살도 찌면 안됐다.”

그렇게 애지중지 지켜온 목소리를, “억울한 소송”에 따른 스트레스로 잃게 됐으니 그 절망의 깊이는 불문가지. 주위에서 “다시 노래하라”고 격려했지만 속도 모르는 소리였다. 성대수술은 회복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아직 “80% 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예전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노래했지만 지금은 컨디션이 조금만 안 좋아도 목소리가 흔들린다. 어렵게 지켜온 목소리, 이젠 더 어렵고 까다롭고 꾸준하게 가꿔야 한다. 하지만 벌써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가수 박혜경. 사진제공|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가수 박혜경. 사진제공|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불행의 늪에서 빠져 나오게 해준 건 ‘꽃’이었다. 평소 그가 꽃을 좋아하는 사실을 알고 있던 한 지인이 플로리스트 도전을 권했다. 돈이 없던 박혜경은 차를 팔아 유럽으로 떠났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서 플로리스트 디플로마를 취득했다. 마음의 안식이 찾아왔다. 이번엔 명품 가방과 의류를 팔았다. 그 돈으로 천연화장품과 천연비누를 만드는 자격증을 모두 4개나 취득했다.

“꽃, 아로마, 천연화장품, 노래는 모두 힐링이다. 이젠 ‘노래하는 플로리스트 박혜경’이라고 나를 소개한다.”

박혜경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 희망을 빚는 사이 20주년을 맞았다. 1997년 밴드 더더의 보컬로 데뷔한 박혜경은 ‘안녕’ ‘레인’ ‘고백’ 등 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이온음료, 커피 등 CF에 모두 38곡이나 삽입됐다.

“내가 섹시하거나 예쁘지도 않은데도, 사람들은 내 노래를 좋아한다. 꽃집에 있는 꽃이 아닌, 거리에 핀 아름다운 꽃을 발견했을 때 느낌이 아닐까. 척박한 사회에서 노래로 얻는 작은 위로와 희망, 내 노래가 깊은 의미를 담지 않는 곡인데 내 노래로 기뻐한다. 난 행복하다.”

최근 인디밴드 롱디와 손을 잡고 20주년 기념 싱글을 냈다. 새로운 장르이고, 처음 해보는 리듬이어서 생소했지만 새로운 도전이었다.

“어느새 20년이다. 시간은 머물러 있지 않고 흐른다. 인생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아침마다 ‘잘 했어, 뭘 더 잘 하려고 그래. 충분해’라는 말을 내게 한다. 세상은 ‘남보다 앞서야한다’고 가르치지만, 모두가 리더일 순 없다. 난 스타가 아니지만, 조금의 인지도가 있다. 그만하면 됐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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