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안개의 城’에 갇힌 슈스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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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3일 일요일 안개의 성. 대국민.
#133 Chris Potter ‘Against the Wind’(2007년)

22일 오전 ‘슈퍼스타K6’ 우승자로 호명된 뒤 앙코르 곡 ‘자랑’을 부르는 곽진언. CJ E&M 제공
22일 오전 ‘슈퍼스타K6’ 우승자로 호명된 뒤 앙코르 곡 ‘자랑’을 부르는 곽진언. CJ E&M 제공
어제(22일) 막을 내린 TV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6’는 경연자들의 훌륭한 무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밤 안개 속을 걷듯 답답한 뒷맛을 남겨줬다. 저번 시즌부터인가 생방송 시청자 문자 투표수, 참가자별 득표수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번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승한 곽진언이 몇 표, 준우승자 김필이 몇 명의 시청자에게서 지지를 얻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문자 한 통당 정보이용료를 100원씩이나 냈는데 투표수 정보조차 이용할 수 없다니….

방송가에선 ‘슈스케6’의 문자 투표수는 본방 시청률이 높았던 다른 시즌에 비해 4, 5분의 1까지 떨어졌다는 후문이 들린다. 그렇게 따져도 투표수는 회당 최소 수십만 건으로 추산된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도 투표수 관련 정보는 찾을 수 없다. 다음 달 열리는 ‘슈스케 콘서트’에 대한 광고와 협찬사 정보, 다시보기 메뉴가 또렷이 노출돼 있을 뿐이다.

매년 분야별 최고의 연주자를 꼽는 미국 재즈 전문지 ‘다운비트’는 최근 2014 독자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다운비트는 이번에 총 2만7504표가 답지했다고 밝혔다. 다운비트의 세계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투표수는 초라하다. 슈스케에 비할 바가 안 된다. 테너 색소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크리스 포터의 1272표, 84세의 역사적 거장 소니 롤린스가 얻은 단 402표(8위)는 숫자만 보면 다운비트에나 연주자들에게나 민망할 수 있다. 근데 권위는 때로 규모가 아니라 투명성에서 나온다.

‘슈스케’의 석연찮은 뒷맛은 다른 데도 있었다. 우승자 앙코르에서 감격에 복받쳐 노래를 시작하지 못하는 곽진언의 모습 위로 ‘부담이 큰 결승 라이브 무대임에도 통기타 한 대로 감성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은 그 통기타 연주가 MR(미리 녹음된 음원)로 깔린 것이다. ‘진짜 기적은 멈추지 않는다’더니 진짜 기적이 일어났나.

때로 조커처럼 보이는 TV의 텅 빈 네모는 섬뜩하다.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화면을 들여다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더니 그가 다가와서 말했지. 예능을 왜 다큐로 받아들이냐고. 애들처럼 질질 짜지만 말고 좀 웃으라고. 내 입을 벌리면서.


‘뭐가 그렇게 진지해?’

imi@donga.com
#슈스케#자랑#곽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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