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듀얼인터뷰] 영화 홍보 ‘최·강’ 듀엣 “대박 전략 통할 땐 온몸 짜릿”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8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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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부터 ‘완벽한 타인’ ‘덕혜옹주’ ‘청년경찰’ 등 2년여 동안 흥행작을 꾸준히 내놓은 롯데컬처웍스의 커뮤니케이션팀 강동영 팀장(왼쪽)과 최준식 과장. 영화 흥행을 물밑에서 돕는 투자배급사 홍보 담당자들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부터 ‘완벽한 타인’ ‘덕혜옹주’ ‘청년경찰’ 등 2년여 동안 흥행작을 꾸준히 내놓은 롯데컬처웍스의 커뮤니케이션팀 강동영 팀장(왼쪽)과 최준식 과장. 영화 흥행을 물밑에서 돕는 투자배급사 홍보 담당자들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롯데컬처웍스 강동영 팀장·최준식 과장

일주일에 한두 편씩 새로운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 관객 입장에선 원하는 작품을 마음 편히 골라볼 수 있지만 그 반대편에선 어떻게든 대중의 시선을 붙잡아 극장으로 유도해야하는 책임을 가진 이들도 있다.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 제작에 참여한 이런 주체들이 골고루 주목받지만 유독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난 존재가 있다. 홍보담당자들이다.

롯데컬처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커뮤니케이션팀의 강동영 팀장(43)과 최준식 과장(36)은 최근 2년간의 한국영화 흥행사와 함께 해온 인물이다. 두 사람의 파트너십이 시작된 이후 롯데는 쌍천만을 일군 ‘신과함께’ 시리즈를 비롯해 코미디 붐을 만든 ‘청년경찰’(565만 명)과 ‘완벽한 타인’(529만 명) 그리고 ‘덕혜옹주’(559만 명) 등의 성공을 이뤘다. 지난해 성과는 더 뚜렷하다. 롯데가 배급하고 두 사람이 홍보한 영화는 외화를 포함해 총 14편. 이 가운데 무려 4편이 2018년 흥행 톱 10위에 진입했다. 덕분에 롯데는 지난해 국내 배급 점유율 1위에 처음 올랐다.

● “담당하는 영화 주기에 맞춰진 일상”

커뮤니케이션팀에서 3년째 함께 일한 강동영 팀장과 최준식 과장의 일상은 “담당하는 영화의 개봉과 상영, 종영에 맞춰져 있다”고 했다. 일의 특성상 개봉하는 영화에 전력을 쏟아야 하고, 그렇게 한 편을 마무리하면 곧장 다음 개봉작에 ‘올인’하는 시간을 반복하기 일쑤.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직장인이 대부분 그렇듯 두 사람도 처음부터 영화 관련 직업을 꿈꾼 건 아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강동영 팀장은 대기업 계열 금융사에서 언론홍보를 담당하다 2016년 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롯데에 경력 입사하면서 영화 일을 시작했다. 후배인 최준식 과장은 입사 년도로 따지면 오히려 선배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2008년 인턴으로 롯데에 발을 들여 2009년 롯데시네마로 시작해 프로그램팀을 거쳐 2015년부터 홍보 일을 담당하고 있다.

입사 전까지 두 사람도 그저 평범한 관객이었지만 지금은 영화 전문가나 다름없다. 관객과 시장의 반응을 누구보다 먼저 살펴 파악해야 하고 급변하는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해야 하는 책임도 이들의 몫이다.

“보통 영화 개봉 두 달 전 마케팅 회의를 시작으로 준비에 돌입한다. 작게는 시사회나 제작보고회 일정 조율부터 넓게는 콘셉트 정립이나 언론 홍보의 방향성,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최준식)

13일 개봉하는 정우성 주연의 ‘증인’도 롯데 배급의 영화다. 강동영 팀장은 “‘증인’의 경우 주연 배우인 정우성 김향기의 호흡, 그리고 따뜻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이야기라는 쪽으로 방향을 정립했다”고 설명했다.

여느 직장이라면 상사와 후배 직원의 관계가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영화 투자배급사 분위기는 다르다. 아이디어나 창의력이 강조되는 분야이다 보니 자유로운 소통과 의견 교류가 수월하다. 두 사람은 “영화라는 특징과 더불어 관대한 롯데 조직문화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강동영 팀장이 롯데에서 처음 맡은 작품은 2017년 3월 개봉한 ‘해빙’. 이후 ‘보안관’ ‘청년경찰’ ‘덕혜옹주’까지 줄줄이 흥행했다. “지난해 초 ‘지금 만나러 갑니다’(260만 명)까지 더해 중급 규모의 허리급 영화들의 성공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는 강 팀장은 “장르는 물론이고 제작 사이즈에서도 저예산부터 대작까지 고르게 구성한 투자 전략이 시장에 적중한 덕분에 정말 신나서 일했다”고 돌이켰다.

첫 직장에서 10년 근속을 이룬 최준식 과장은 자타공인 “롯데 순혈”로 불린다. 불과 몇년전까지 경쟁사들에 밀려 회사가 부진을 겪던 시기도 몸소 겪은 그는 “대작에만 집착하지 않고 ‘보안관’ 김형주 감독 같은 신인을 발굴해 새로운 소재를 찾은 점이 지금의 성과를 만든 것 같다”고 조심스레 짚었다.

롯데컬처웍스의 커뮤니케이션팀 최준식 과장(왼쪽)과 강동영 팀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롯데컬처웍스의 커뮤니케이션팀 최준식 과장(왼쪽)과 강동영 팀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영화 홍보 일? 사람 좋아하는 성향에 최적”

주어진 책임을 완수해야하는 게 프로의 세계이지만 영화 홍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딜레마가 따를 때도 있다. 이런 대목에서 두 사람은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홍보담당자’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내가 봐도 재미있는 영화를 홍보할 때가 가장 좋다. 아닌 걸 아닌 척 할 필요도 없고.(웃음) ‘청년경찰’이 그랬다.” (최준식)

“‘완벽한 타인’은 시나리오부터 단숨에 읽었다. 모니터 시사회부터 점수가 잘 나와 내심 기대했지만 완성작은 그 이상이었다.” (강동영)

두 사람이 이끄는 영화들이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만 사실 한 편의 영화를 개봉하는 과정은 소리 없는 전쟁 그 자체다. 제작 편수가 늘면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영화를 둘러싼 이슈가 언제 어떤 식으로 터질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요즘처럼 입소문이 빠르고, 온라인 여론이 중요한 시기에 영화 홍보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최전선에서 이를 체감하는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에 얽힌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언제 휘말릴지 모를 위기의 불확실성에 늘 긴장하고 있다”는 강 팀장은 “위기 대응에 있어서 이해 당사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해결의 첫 걸음 같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스트레스가 없을 순 없다. 이를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가 관건. 그런 면에서 강동영 팀장과 최준식 과장은 3년간 쌓은 파트너십의 힘으로 여러 난관을 함께 넘고 있다. “최준식 과장은 책임감이 강하다. 탁월한 친화력은 홍보 일에 최적화됐다. 상대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재능이다.”

“헉! 어떻게 말해야할지 걱정이다. 하하! 강 팀장님은 전형적인 ‘덕장’이다. 밑의 직원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상황을 배려해주니,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 홍보 일을 원하는 이들에게 현장 경험자로서 건넬 조언은 없을까.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불편해하지 않으면 좋다. 사실 영화에 대한 지식은 그리 중요치 않다. 어차피 일을 시작하면 엄청나게 보게 되니까.” (최준식)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일이다.” (강동영)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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