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윤석 “영화를 할수록 본질에 더 접근하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4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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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은 영화 ‘암수살인’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묵묵히 이뤄나가는 형사를 연기한다. 이번에도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그는 “향기가 깊은 커피처럼 여운이 남는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필름295
김윤석은 영화 ‘암수살인’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묵묵히 이뤄나가는 형사를 연기한다. 이번에도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그는 “향기가 깊은 커피처럼 여운이 남는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필름295
■ 영화 ‘암수살인’ 김윤석을 만났다…단골 형사역, 이번엔 다른가요?

형사역 항상 목마름 있었거든요
포기 모르는 캐릭터 나와 닮아
집에서의 김윤석?
가족들 밥도 하고 손빨래도 하고…
영화후유증 앓을 틈이 없죠, 하하


배우 김윤석(50)과 그가 내놓은 새 영화 ‘암수살인’을 향해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다. 또 형사냐고.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에 또 나오느냐고. 김윤석의 대표작 가운데 한 편인 ‘추격자’의 영향도 있을 테고, 앞서 형사 역을 맡은 영화 ‘거북이 달린다’와 ‘극비수사’의 잔향도 여전한 탓이다.

김윤석은 이런 질문에 영화로 답한다. 3일 개봉한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제작 필름295)을 확인하고 난다면 의문은 금방 사라진다. ‘또?’라는 의문 대신 ‘역시!’라는 인정이 그 자리를 채운다.

스크린에서 티켓파워를 검증한 원톱 배우 가운데 김윤석만큼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넘나들고, 신인과 기성감독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활동하는 배우를 찾기 어렵다. 안정된 기획에 주력하는 여느 배우들과 달리 실험적 도전도 마다지 않는다. 지난해 ‘남한산성’과 ‘1987’을 통해 관객의 신뢰를 재확인한 그가 새로운 카드 ‘암수살인’을 꺼냈다.

“관객과 두뇌싸움을 벌어야하는 영화 가운데 관객이 믿고 볼만한 시나리오를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면에서 ‘암수살인’은 매력적이었다. 특히 범인을 대하는 형사의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좋았다. 만나고 싶은 영화가 나에게 왔구나 했다.”

영화 ‘암수살인’에서의 김윤석.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암수살인’에서의 김윤석. 사진제공|쇼박스

● “히어로보다 파수꾼 같은 형사”

영화는 2007년 부산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에 뒀다. 수감된 후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한 범인, 그의 고백이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형사가 벌이는 집요한 추적기다. 김윤석이 연기한 형사 김형민은 물론이고, 주지훈이 연기한 살인범 강태오도 실제 사건에 얽힌 형사와 범인을 모델 삼았다.

최근 한국영화 속 형사는 대체로 히어로처럼 묘사되지만 ‘암수살인’의 지향은 다르다. 어딘가 존재할 것만 같은 ‘진짜’ 형사의 모습이다. 피해자와 그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고, 아픔에 공감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는 형사다. 김윤석도 이에 마음을 빼앗겼다.

“목마름이 있었다. 히어로 같은 느낌보다는 파수꾼 같은 형사를 보이고자 했다, 그리고 밀도 있는 심리전으로 승부해보자 생각했다. 액션도 없이 수첩과 볼펜만 들고 끝내 범인을 잡아내는 형사 콜롬보처럼 말이다. 조미료를 치지 않고, 드라마로서 완성도를 높이는 수사물을 늘 바라왔다.”

김윤석은 그간 몇몇 영화에서 형사를 연기했지만 “우월한 형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돌이켰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시골형사”(‘거북이 달린다’), “점쟁이 말 듣고 수사하는 형사”(‘극비수사’)와 달리 ‘암수살인’은 “올곧이 범인과 대치한 채 느리더라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미덕을 발휘하는 형사”라고 부연했다.

극 중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는 주위 만류에도 범인의 자백만 믿고 혼자 사건을 추적한다. 그 탓에 조직에서 소외되고 결국 좌천된다. 그래도 포기를 모른다. 미처 밝혀내지 못한 살인사건을 향해 묵묵히 걸어 들어가는 김윤석의 마지막 모습은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김윤석은 “김형민 형사와 내가 비슷한 면도 있다”고 했다. “영화를 작업할 땐 나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 닮았다”고 했다.

덕분일까. 김윤석과 함께 영화를 찍은 당대 젊은 배우들은 해당 작품에서 그야말로 ‘포텐’을 터트린다. ‘추격자’의 하정우가 그랬고, ‘완득이’의 유아인,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도 있다. ‘암수살인’에서는 주지훈이다.

“그렇게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카메라 앞에선 그저 배우 대 배우로 에너지를 주고받을 뿐이다. 나도 주지훈에게 배우는 게 있다. 인간적인 호감도 느끼고 있고. 다만 내가 늘 바라는 건 ‘김윤석과 같이 해보니 동료로서 좋았다’라는 말을 듣는 거다. 가장 기쁜 말이다.”

배우 김윤석. 사진제공|필름295
배우 김윤석. 사진제공|필름295

● “집에선 손빨래 하고, 밥도 하는 일상”

작품에선 매번 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김윤석이지만 일상에선 남들처럼 평범하다. 아무리 집중한 작품이라고 해도, 촬영을 마치고 개봉까지 마무리하면 금방 빠져나온다고 했다. 영화의 여운이나 후유증을 앓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일 끝나면 바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가서 가족 뒤치다꺼리 한다. 하하! 집에선 손빨래도 하고 밥도 한다. 내가 무슨 강남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톱스타도 아니지 않나. 팬들이 나를 보고 아우성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10대, 20대 어린 스타들은 이 생활이 많이 힘들 거다. 이해한다. 그러니 여럿이 붙어서 보호해줘야 한다.”

김윤석은 얼마 전 감독 데뷔작인 ‘미성년’ 촬영을 마쳤다. 그동안 영화 연출을 향해 조심스레 뜻을 밝혀온 그가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 내년 초 완성작을 공개한다. 고향인 부산 극단에서 연극배우로 출발해, 2004년 ‘범죄의 재구성’으로 스크린에 진출한 그는 30년 가까이 연기자로 살아왔고, 이젠 영화를 만드는 또 다른 역할에 나선 셈이다.

“영화를 하면 할수록 본질에 더 접근하게 된다. 정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군더더기를 빼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상업적인 재미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불필요한 것도 있다. 그걸 드러내고 본질만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김윤석은 배우로서 갖는 기대도 덧붙였다.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가 그런 목마름은 갖고 있을 거다. 진한 커피처럼 여운이 오래가는 그런 영화. ‘암수살인’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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