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한국계 배우 원조’는 안창호 선생 아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7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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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안(왼쪽)-오순택.
필립 안(왼쪽)-오순택.
美 유학시절 태어난 장남 필립 안
게리 쿠퍼·록 허드슨과 함께 출연


한국계 배우들의 할리우드 활약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들로부터 시작됐다. 도산 선생이 1902년 신학문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간 지 3년 뒤 태어난 장남 필립 안이다.

31세였던 1936년 영화 ‘아무것이라도 좋아’로 데뷔한 그는 이후 30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존 웨인, 게리 쿠퍼, 록 허드슨, 그레고리 펙, 험프리 보가트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함께 주연급으로 활약했다.

그는 동양계 배우의 선두에 서서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같은 활약상에 1984년 11월14일 할리우드는 ‘워크 오브 페임’, 이른바 ‘스타의 거리’로 불리는 공간에 그의 손도장을 새겨 놓았다. 로스앤젤레스시는 이날을 ‘필립 안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1978년 3·1절을 하루 앞둔 날, 아버지 도산의 40주기를 10여일 앞두고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뒤를 이은 대표적인 배우로는 오순택이 꼽힌다. 올해 4월 세상과 작별한 그는 85년의 생을 오로지 연기에 바쳤다. 전남 목포 태생으로 연세대를 졸업한 그는 1959년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UCLA와 뉴욕배우전문학교 등을 거쳐 1965년 연극 ‘라쇼몽’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며 배우가 됐다.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로저 무어와 함께 주연한 그는 20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 ‘맥가이버’, ‘에덴의 동쪽’ 등에 출연했다. 현지에서 아시아계 배우들의 영역을 넓힌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2014년 스포츠동아 인터뷰에서 “굶어 죽어도 동양인 정원사나 하인은 (연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돌아봤다.

이 같은 선배들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계 배우들의 무대는 더욱 넓어졌다. 산드라 오부터 그레이스 박, 대니얼 대 킴, 릭 윤, 켄 정, 존 조, 이기홍, 스티븐 연 등 현재 미국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활발한 연기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 이민 1.5세대나 2세대들인 이들은 완벽한 영어 구사 능력과 연기력으로 동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딛고 아시아계 배우들의 무대를 확고히 다지는 데 크게 일조하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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