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쎈 청춘’ 랩과 사투리는 살아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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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이준익 감독 청춘작 ‘변산’

‘동주’ ‘박열’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시리즈 세 번째 영화 ‘변산’.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동주’ ‘박열’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시리즈 세 번째 영화 ‘변산’.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시작은 분명 엠넷 ‘쇼 미 더 머니’에 등장한 힙합 래퍼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2012년 시즌1 재방송을 보는 듯한 ‘옛날 분위기’가 짙어진다. 이미 어떻게 흘러가고 누가 우승할지 뻔히 다 아는. 다음 달 개봉을 앞둔 영화 ‘변산’이 그랬다.

‘변산’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온 이준익 감독의 ‘청춘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이 감독은 2016년 ‘동주’에서 미완의 청춘을, 지난해 ‘박열’에선 뜨거운 열정의 청춘을 스크린에 담았다. 시대물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현대물인 ‘변산’은 좀 더 상쾌한 청춘을 그렸다. 그럼에도 나름의 아픔과 ‘흑역사’를 가진 이 시대 젊은이들을.

전북 부안군 변산 출신인 학수(박정민)는 홍대에서 활동하는 무명 래퍼. 자신의 고향을 부정하며 사투리를 숨기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일상을 꾸려 나간다. 공연에 찾아오는 팬도 있지만 오디션은 매번 탈락. 그러다 아버지(장항선)의 입원 소식을 듣고 마지못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참으로 익숙하다. 등장인물들은 처음엔 서로를 미워하며 나쁘게 대한다. 그러다 결국 어떤 계기로 인해 주변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친숙함과 뻔함이 애매모호하게 뒤섞여 있다. 그나마 ‘힙합’이란 매개체가 새로운 요소로 작용하긴 한다. 시를 좋아하던 학수가 랩에 빠지게 되는 연결고리를 알게 되는 대목은 나름대로 흥미롭다.

하지만 이마저도, 꾸민다고 애썼는데 영 센스가 떨어지는 옷차림 같다고나 할까. 힙합이란 패션이 이야기 전개란 몸뚱이와 영 따로 논다. 특히 극을 끌고 가는 장치들이 너무 전형적이다. 왜 항상 영화 속 가족은 서로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할까. 왜 꼭 죽음 같은 큰 이슈가 있어야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할까. 철없는 남성 주인공 곁을 늘 조건 없이 지키며 희생하는 여성의 존재도 좀 촌스럽다.

그래도 ‘변산’은 캐스팅만큼은 기가 막히다. 배우 박정민과 김고은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끝내준다. 크랭크인 2개월 전부터 랩 연습을 시작했다는 박정민은 후반 작업 때까지 1년 가까이 랩 실력을 갈고닦았다고 한다. 본인은 “민망했다”지만, 개봉에 맞춰 음원도 공개하는 그는 영화 속에서만큼은 진짜 청춘 래퍼였다.

동창생 ‘선미’를 연기한 김고은은 또 한 단계 뛰어올랐다. 이번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8kg이나 늘렸다는데, 차진 전라도 사투리도 열심히 연습하고 공들인 티가 난다. 영화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는 거의 선미의 공이 크다. 다음 달 4일 개봉. ★★☆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변산#이준익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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