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에 빠진 소녀 습격한 공룡 같은 탐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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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화 ‘쥬라기 월드2’
300만 관객 훌쩍… 1000만 행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메이지 록우드가 공룡을 피해 침대에 숨은 장면. 두려움에 사로잡힌 어린이의 심리를 포착하는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UPI 제공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메이지 록우드가 공룡을 피해 침대에 숨은 장면. 두려움에 사로잡힌 어린이의 심리를 포착하는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UPI 제공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쥬라기 월드2)이 성장영화라는 걸 알아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흔히 영화에 등장하는 어린이는 보조적 역할을 맡고, 관객도 그런 시선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쥬라기 월드2’에서는 전편에 없던 새 인물 메이지 록우드(이저벨라 서먼)가 이야기의 열쇠를 쥔다. 그는 공룡 복제 기술을 개발한 벤저민 록우드의 손녀다. 할아버지가 그랬듯 공룡을 사랑하는 메이지는 호기심이 많아 몰래 저택을 누비며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러다 유전자를 조작해 공룡을 살상무기로 개발하려는 엘리 밀스(레이프 스폴)의 대화를 엿듣고, 어른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가장 먼저 알게 된다.

밀스의 탐욕은 메이지에게도 아픔을 준다. 슬픔을 극복할 새도 없이 그의 집에 공룡과 공룡 밀수업자들이 쳐들어온다. 밀려오는 두려움에 메이지는 침대로 도망쳐 이불을 뒤집어쓴다. 어린이에게 ‘내 방 침대’란 영원히 안전해야만 하는 공간이다. 이를 메이지의 마지막 보루로 활용해 공포를 극대화한 감독의 시선이 돋보인다.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메이지는 공룡 역시 엄연히 생명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며 과감하게 행동에 나선다.

‘쥬라기 월드2’에서 어린이 캐릭터가 돋보이는 것이 뜬금없는 일은 아니다. 영화를 총괄 제작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미 E.T.(1982년)와 A.I.(2001년) 등을 통해 어린이에게 호기심과 용기,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살아가라는 따스한 시선을 보낸 바 있다. 여기에 보육원을 배경으로 한 ‘오퍼나지―비밀의 계단’(2007년)과 불치병에 걸린 소년의 성장을 다룬 ‘몬스터 콜’(2016년)의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의 연출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 덕분인지 ‘쥬라기 월드2’는 무서운 속도로 국내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6일 개봉해 오프닝 신기록(118만 명)을 세우더니 주말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신과 함께―죄와 벌’(2017년)이나 ‘암살’(2015년) 등 1000만 영화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주 48개국에서 먼저 개봉한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높은 오프닝 수익(2700만 달러)을 올렸다.

한편 이런 메이지의 시선이 좀 더 중심으로 부각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전반부 클레어 디어링(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이 오언 그레이디(크리스 프랫)에게 공룡을 구출하러 가자고 설득하는 과정이 다소 지루했고 이들의 캐릭터도 밋밋했다. 그러나 이슬라누블라 탈출 장면, 록우드 저택의 경매 장면, 인간과 유대감을 형성한 랩터 ‘블루’와 인도랩터의 결투 장면 등은 스릴감 넘친다. ‘복제한 동물의 권리를 존중할 것인가’, ‘유전자 조작은 옳은가’ 등의 문제도 제기되지만 심각한 고민으로 넘어가지 않아 오락영화의 본분을 다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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