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주영 “연기 늦바람…밀라노 런웨이 박차고 나왔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31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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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에서 연기자로 안착한 이주영. 그는 데뷔작인 단편영화 ‘몸 값’을 시작으로 드라마 ‘라이브’를 거쳐 최근 개봉한 영화 ‘독전’까지, 저돌적인 스타일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모델에서 연기자로 안착한 이주영. 그는 데뷔작인 단편영화 ‘몸 값’을 시작으로 드라마 ‘라이브’를 거쳐 최근 개봉한 영화 ‘독전’까지, 저돌적인 스타일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영화 ‘독전’서 마약제조 기술자로 열연한 이주영

데뷔 3년 만에 tvN ‘라이브’·영화 ‘독전’으로 눈길
이주영 “늦은 나이 데뷔? 더 성숙해보이지 않나요”


14분 분량의 2015년 단편영화 ‘몸 값’은 이른바 ‘원조교제’에 나선 여고생과 그가 처녀이기를 원하는 중년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단 한 컷의 전환도 없이 전체 이야기를 마치 한 장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한 ‘원 테이크’로 이뤄진 영화의 결말은 매우 파격적이며 충격적이기까지 한데, 그만큼 주연배우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고생 역을 너무도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소화해낸 연기자 이주영(31)이다.

‘몸 값’ 이후 3년이 흐른 지금, 이주영은 tvN 드라마 ‘라이브’의 순경시보로 낯익다. 마약조직의 실체를 쫓는 경찰과 그를 돕는 미스터리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 흥행 중인 영화 ‘독전’(제작 용필름) 속 청각장애를 지닌 마약제조 기술자 역을 통해 또 다른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이주영은 ‘몸 값’ 이전까지는 연기 경력이 전무했다. 175cm의 키에 늘씬한 몸매로 고교 2년 시절부터 패션모델로 활동한 그는 동덕여대 모델학과 출신. 모델로 일하면서도 연기자를 꿈꾸며 학원을 오갔다. 직접 만든 프로필 영상을 영화제작사 등에 보냈다. 영화 스태프 사이트 등을 뒤져 캐스팅 정보를 찾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몸 값’은 그렇게 그의 데뷔작이 되었다.

배우 이주영.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배우 이주영.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난 저돌적 스타일”

28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연기자로 데뷔한 이주영은 어린 시절부터 옷을 좋아했다. 관심은 패션잡지와 그 속에 실린 모델들의 모습으로 향했다. 직접 모델에이전시를 찾아가 결국 런웨이에 서게 됐다. 이후 미국 뉴욕과 싱가포르, 이탈리아 밀라노로 날아가 일하기도 했다.

“‘몸 값’ 이후 아직은 연기에 대한 확신이 크기 않았다. 두 달 예정으로 떠났던 밀라노에서 모델 일이 재미없어졌음을 알게 됐다. 한 달 만에 돌아와 본격적인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현대미술을 전공한 선배를 도우며 전시영상에서 연기했다. 이를 본 영화 스태프가 연기를 권유하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동생의 공연을 보며 “대리만족”해온 아쉬움, 다양한 영화와 책을 보며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복수전공할 만큼 글쓰기도 좋아하는 취향도 보탬이 됐다.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 설령 연기자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뭔가를 배움으로써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주영은 그렇게 길을 스스로 나아갈 길을 개척해왔고 그가 펼친 숱한 노력도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목표지향적이고 저돌적인 성향”으로 자평하는 그는 “공부도 하지 않고 시간만 낭비한 것 같은” 10대 시절에 대한 “자책으로 20대를 열심히 보내고 싶었다”면서 “20대 중반 즈음 다른 친구들이 많이 성장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기 데뷔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원래 나이를 신경 쓰지 않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 성숙해지는 게 아니냐”고 되물으며 “그런 내가 더 기대된다”며 웃는 얼굴이 해맑았다.

영화 ‘독전’에서의 이주영. 사진제공|NEW
영화 ‘독전’에서의 이주영. 사진제공|NEW

● “함께하는 것의 소중함…이제 내 길을”

해맑음은 드라마 ‘라이브’에서도 빛을 발했다. 아직은 낯설었지만 다소 엉뚱하고 이기적이면서도 순수한 면모를 갖춘 순경시보 역을 연기하며 시청자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또 다른 무대이자 자신의 첫 장편 상업영화인 ‘독전’을 통해 흥행의 단맛을 보며 6월 개봉하는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을 새로운 주연작으로 예비해 놓았다.

“오디션에서는 모두가 엇비슷한데 너는 좀 달랐다”며 ‘독전’의 연출자 이해영 감독은 그를 택했다. 이미 ‘몸 값’을 봤던 이 감독은 마약제조 기술자 형제의 설정을 아예 남매로 바꾸기까지 했다. 그렇게 김동영과 함께 4개월여 수화 연습을 한 그는 ‘농아 남매’를 연기하며 적절한 표현 정도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 시나리오 첫 리딩 자리에서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자신을 바라보는 가운데 식은땀을 흘리며 수화 연기를 펼쳤다. 고민은 큰 박수로 화답받았다. 이런 찬사 속에 그는 시간이 지나고 영화를 촬영하면서 이제는 “성취나 성공이 주는 행복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의 소중함”이 더 좋다고 말할 줄 알게 됐다. “내가 가장 중요했던 20대”를 보내고 맞은 30대의 시작으로부터 자신의 소중한 길을 새롭게 그리고 활기차게 가고 있는 덕분일 터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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