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미래없는 젊은층엔 세계가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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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칸 영화제 상영후 소감 밝혀
“순수한 미장센… 시적인 영화” 집행위원장 등 참석자들 호평

“미래가 없는 시대에 놓인 젊은이들에게 세계가 미스터리로 보일 것이라는 전제 아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버닝’의 1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만든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일본 NHK로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각색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원작 소설의 미스터리를 요즘 젊은이의 이야기로 확장시키려 했다”며 제작 경위를 밝혔다.

이 감독과 작업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배우들은 강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전종서는 “촬영하며 무척 즐거웠고 그게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 행복하다”고 했다. 유아인은 “감독에 대해 절대적 믿음을 가졌고, 과거 배우로서의 때가 벗겨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상상 이상이었다”며 “한국계 미국인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단 기분을 갖고 살았는데, 이번 촬영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공식 상영에 참석한 영화제 관계자들은 ‘버닝’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순수한 미장센으로 영화의 역할을 다한 시적이고 미스터리한 영화”라고 평했다. 외신은 ‘지적이고 진지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아름답게 다듬어진 영화는 삼각관계에 관한 빛나는 시각과 관찰을 보여준다. 그 삼각관계는 특권층, 가족의 멍에, 창작가의 자존심, 성적 질투와 정의, 복수에 관한 미묘한 인식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인디와이어’는 극 중 벤(스티븐 연)의 “심각하면 재미가 없다”는 대사를 인용해 “‘버닝’도 이 충고를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순간들이 있다. ‘버닝’의 침울하고 사색적인 순간들에 대해 지적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 반갑기도 하다. 그러나 반전을 거듭하며 세상에 눈을 떠가는 남성에 대해 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성 캐릭터의 소극성에 관한 지적도 나왔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배우 전종서의 짧은 출연 분량이 아쉽다”고 언급했고 ‘더 필름 스테이지’도 “조금은 낡은 젠더 정치학을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요즘 관객들은 스포츠카보다 농장에 더 큰 인상을 받을 것이지만 화려한 소설 같은 흥미로 관객을 사로잡는 작품”이라고 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창동#영화 버닝#칸 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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