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내 고민과 맞아 떨어진 영화” 유아인 “한 사람으로 깨어나는 느낌” 스티븐 연 “감독의 세계는 요술같아” 전종서 “난 영광스럽고 얼떨떨할 뿐”
“우리, 미지의 세계로 빠져보자.”
이창동 감독은 영화 ‘버닝’을 시작하며 유아인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모호한 이야기와 캐릭터에 둘러싸인 영화이지만 이를 완성한 배우들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작품”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더 주목받는 ‘버닝’의 주역들이 24일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도전과 기대의 마음을 드러냈다.
● 이창동 감독, 왜 ‘버닝’인가
8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이창동 감독은 “미스터리 스릴러로 규정할 수 있지만 그 세계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확장하는 작품”이라고 ‘버닝’을 소개했다.
무리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가 원작인 영화는 서로 다른 위치와 처지인 세 명의 젊은이가 주인공이다. 이창동 감독은 “단편소설이 ‘시’ 이후 영화를 만들려고 고민하던 내 문제와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연출 이유를 밝혔다.
이창동 감독은 이번엔 ‘청춘’에 주목한다. 작업 방식도 필름에서 디지털 촬영으로 바꿨다. 감독은 “영화가 스스로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고, 살아있는 현장이길 원했다”고 했다.
● 유아인 ‘청춘의 얼굴’
유아인은 ‘베테랑’과 ‘사도’를 통해 폭발하는 에너지로 관객을 사로잡은 배우. ‘버닝’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그는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어릴 적 친구(전종서), 그 친구가 데려온 의문의 청년(스티븐 연)과 관계를 맺으면서 이야기를 이끈다.
유아인은 “이창동이란 이름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있다”며 “너무 하고 싶은 작업이었으니 더욱더 잘 해내야만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역할을 두고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청춘처럼 보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라며 “작업을 통해 한 사람으로서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돌이켰다.
● 스티븐 연, ‘옥자’ 이어 ‘버닝’
미국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스티븐 연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로 한국영화를 처음 경험했고,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했다. ‘버닝’은 그의 두 번째 한국영화다.
“봉준호 감독이 ‘이창동 감독이 찾으니 얼른 전화해라’고 해서 ‘버닝’ 출연이 이뤄졌다”고 밝힌 그는 “감독님과의 만남이 내겐 큰 행운”이라고 했다. 이어 “감독이 지닌 사람과 세계에 대한 이해는 굉장하다”며 “‘버닝’에선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겼고 그 경험이 마치 요술 같다”고 했다.
● 전종서 ‘볼 수 없던 원석’
24살의 전종서는 ‘버닝’으로 데뷔한다.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에 직행한 행운아. 기성 배우들도 탐낸 역할을 낯선 신인에게 맡긴 이유를 두고 이창동 감독은 “처음 본 순간 지금껏 볼 수 없던 배우가 원석 그 자체로 나타났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전종서는 ‘버닝’에서 경험 많은 배우라고 해도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에 참여한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듯 그는 제작보고회에서 여러 질문을 받고도 “영광스럽고 얼떨떨하다”는 말 외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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