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폰 쥔 배우들, ‘나의 이야기’로 통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24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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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 문소리, 차인표는 각각 영화 ‘병훈의 하루’, ‘여배우는 오늘도’, ‘50’(위쪽부터)을 통해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메타플레이·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희준, 문소리, 차인표는 각각 영화 ‘병훈의 하루’, ‘여배우는 오늘도’, ‘50’(위쪽부터)을 통해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메타플레이·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황장애 이희준 ‘병훈의 하루’ 연출
문소리 ‘여배우는 오늘도’도 경험담
기러기 아빠 차인표는 ‘50’으로 공감대


자신이 겪은 경험과 고민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도 없다. 배우들의 마음도 비슷해 보인다. 누구에게나 쉽게 터놓지 못하는 고민과 속마음을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배우가 늘고 있다. 이를 먼저 발견하고 그 의미와 가치에 주목하는 곳은 영화제다.

배우 이희준이 연출한 영화 ‘병훈의 하루’가 5월3일 개막하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다. 17분짜리 단편인 영화는 총 916편이 출품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21편이 오른 본선에 진출했다.

이희준은 ‘병훈의 하루’ 연출은 물론 출연까지 했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 병훈은 오염강박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남들에겐 별일 아닌 일이 어렵기만 한 병훈은 평소 이희준이 가진 고민을 토대로 만든 자전적인 인물이자 영화이다.

이희준은 “나만 이상하다, 나만 괴물이다, 그런 생각으로 혼자만의 감옥에 갇혀 사는 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영화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배우 문소리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제20회 우디네극동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다. 자신이 연출하고 주연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가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극장 개봉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여배우 문소리’다.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만 기회를 찾기 어려운 40대 여배우의 현실 문제를 이야기한다. 문소리가 기획과 연출은 물론 자신의 이름 그대로 주연까지 맡았다.

문소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이유를 두고 “같이 영화를 하는 동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 또 그 여성과 함께 살아가는 남성들과 같이 웃으면서 생각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여러 영화제에서 소개돼 주목받은 ‘여배우는 오늘도’가 이번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 다시 한번 수상할지도 관심을 끄는 가운데 결과는 28일 영화제 폐막에 맞춰 공개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내려는 배우들의 시도는 굳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단편영화 형식의 저예산 독립영화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움직임 가운데 배우 차인표도 있다. 아내 신애라와 세 자녀를 미국에 보내고 오랫동안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담은 단편영화 ‘50’을 만들어 지난해 제21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소개해 시선을 끌었다.

‘50’은 미국에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고 혼자 한국에 남은 중년 가장이 유학비와 월세를 충당하려고 동네 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습을 담았다. 이희준, 문소리와 마찬가지로 차인표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 공감을 이끌어낸다.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는 ‘50’을 두고 “중년 가장으로서 차인표 스스로에 대한 솔직한 반추”라고 평했다.

이해리 기자 gofl12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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