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스카의 또 다른 주인공 ‘미투’ 여배우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6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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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할리우드에서 ‘미투’ 운동을 시작한 애슐리 저드, 애너벨라 시오라, 셀마 헤이엑(왼쪽부터)이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미투’ 운동을 시작한 애슐리 저드, 애너벨라 시오라, 셀마 헤이엑(왼쪽부터)이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아카데미 시상식서도 이어진 ‘미투’

애슐리 저드 등 피해자들 시상자로
‘셰이프 오브 워터’ 작품상 등 4관왕
‘쓰리 빌보드’ 맥도맨드 여우주연상
‘NBA 스타’ 코비, 단편 애니상 수상


침묵을 깬 사람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5일 오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성폭력 저항 운동인 ‘미투’를 주도한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멈추지 않고 편견과 성별, 인종의 차별에 대항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외침은 현재 국내서도 거센 파도를 만드는 ‘미투’ 운동이 어디로 흘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날 시상식에는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미투’ 운동을 시작한 여배우 애슐리 저드와 셀마 헤이엑, 애너벨라 시오라가 공동 시상자로 올랐다. 특히 애슐리 저드는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침묵을 깬 사람들’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애슐리 저드는 시상식에서 “우리 앞에 놓인 여정은 멀지만 새로운 길이 열려 있다”며 “올바른 우리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이제는 시간이 됐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90년간 지속된 것처럼 앞으로 90년간 다양성과 포용성의 중요성을 알리겠다”고도 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앞서 1월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처럼 여배우들이 저마다 블랙드레스를 입고 ‘미투’ 연대를 외치는 일은 없었지만 앞으로 할리우드가 나아가야할 ‘지향’에 대한 확실한 선언은 나왔다. 진행자 지미 키멜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쫓아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은 뒤 “굉장히 용감한 이들이 목소리를 냈고 이젠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말을 통해 ‘미투’와 아카데미는 함께 나아갈 것임을 알렸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가 작품상과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 수상작이 됐다. 영화 연출을 맡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감독상과 작품상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가 작품상과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 수상작이 됐다. 영화 연출을 맡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감독상과 작품상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편견’과 ‘차별’에 대한 반대의 메시지는 올해 주요 부문을 석권한 영화들의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주요 부문 4관왕을 차지한 ‘셰이프 오브 워터’는 언어장애를 가진 청소부와 여성과 물에서 살아가는 괴생명체의 사랑을 그린 작품. 미·소 갈등이 극심한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종’(種)이 다른 두 생명체가 한계를 딛고 사랑하는 이야기다. 관심을 끈 여우주연상은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맨드가 차지했다. 21년 전 ‘파고’에 이어 두 번째 수상. 영화에서 슬픔과 분노에 휩싸여 딸을 죽인 범인을 찾는 엄마의 황폐한 모습을 그려낸 그는 객석을 향해 “모든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여성들은 저와 함께 일어나 달라”고 부탁한 뒤 연대와 포용의 길로 나아가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샘 록웰, 프랜시스 맥도맨드, 앨리슨 제니, 게리 올드먼(왼쪽부터)이 각각 남우조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샘 록웰, 프랜시스 맥도맨드, 앨리슨 제니, 게리 올드먼(왼쪽부터)이 각각 남우조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편 이색적인 수상자도 탄생했다. NBA의 전설적인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디어 바스켓볼’로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2015년 발표한 자신의 은퇴 선언문을 토대로 6분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그는 “나는 드리블만 할 줄 알았는데 멋진 영예를 아카데미가 줬다”고 감격해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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