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과 수작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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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화 ‘마더!’
불청객에 점령당한 저택 이야기… 은유와 상징… 물음표로 다가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은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마더!’. 평화롭던 부부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의 방문으로 부부의 평화가 깨지는 이야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은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마더!’. 평화롭던 부부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의 방문으로 부부의 평화가 깨지는 이야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쳐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영화.”(타임지) “창조의 파도가 휘몰아친다.”(스크린 인터내셔널)

영화 속 누구의 행동도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도 메시지가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괴작과 수작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북미 지역에서 평단의 엇갈린 반응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마더!’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볼 만한 영화는 아니다. 황당하고 극단적이며 때론 불편하기까지 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곳곳에 묵직한 은유와 상징이 녹아 있는 탓에 121분 러닝타임 동안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듯하다. 하지만 그 속의 여러 상징을 발견하는 순간 영화는 큰 물음표로 다가온다.

한 부부의 외딴 저택에 낯선 이들이 찾아오며 이야기는 출발한다. 무료할 만큼 평화롭던 일상은 유명 시인인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이 낯선 방문객을 받아들이면서 금이 간다. 손님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난다. 아내 마더(제니퍼 로런스)는 뒤늦게 손님들을 쫓아내려 하지만 이미 집은 그들에게 점령당한 뒤다. 끝으로 갈수록 영화는 더 충격적으로 전개된다.

힌트는 성경에 있다. 영화 ‘블랙스완’(2011년)을 연출해 주목받았던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성경의 세상을 창조한 지 6일째 되는 날을 참고하면 이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감독은 러닝타임의 절반을 클로즈업 신으로 채우고 배경음악도 없애는 독특한 연출 기법을 통해 지구의 시작과 끝, 남자와 여자의 창조, 부패와 인구과잉, 종교의 탄생까지 훑어나간다.

이 덕분에 배경과 인물, 사건까지 어느 하나 스쳐 지나갈 수가 없다. 사건이 벌어지는 핵심 공간인 집은 ‘세상’이고 대저택을 좁게 만드는 불청객들의 등장은 80억 명이란 숫자를 향해 가는 지금의 지구다. 황당한 사건을 감내하고 승화시키는 마더는 ‘대자연’이며 남편과 방문객은 대자연이 보살피는 인간을 상징한다. “오래된 이야기를 통해 21세기 인류의 현실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감독이 밝힌 연출의 변이다. 19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부산=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부산국제영화제#영화 마더#하비에르 바르뎀#제니퍼 로런스#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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