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군함도는 상업영화… 논란 통해 진가 드러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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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독과점-역사왜곡 논란 중심에 선 류승완 감독

류승완 감독은 “이번 영화를 계기로 한 사람이라도 ‘군함도’를 더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류승완 감독은 “이번 영화를 계기로 한 사람이라도 ‘군함도’를 더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개봉 뒤 꽃길만 걸을 거라곤 생각 안 했습니다. 오히려 논란을 통해서 ‘진짜’가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만들었는데 무던하게, 아무것도 없이 흘러가 버리는 게 더 위험한 거죠.”

요즘 ‘군함도’만큼 ‘뜨거운’ 영화가 또 있을까. 군함도의 조선인 강제징용이라는 묵직한 역사적 소재를 택했지만 극중 인물과 설정 탓에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고, 지난달 26일 개봉 첫날부터 2000여 개의 스크린을 차지하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중심에 섰다.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44)은 “합리적인 비판은 스스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선 ‘슬픈 역사를 상업주의에 이용했다’는 비판에 대해 ‘상업적’이란 평가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어떤 사명감 때문에 그 소재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징용 피해자들이나 역사적 비극에 상처 입으셨던 분들께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만들었다”며 “220억 원이라는 대자본을 들이고 여러 스타를 등장시킨 건 많은 관객이 보고 역사적 사실을 알기 바랐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가 군함도 개봉 이후 “감독도 픽션이라고 밝힌 창작물”이라며 역사적 책임에 대해 선을 그은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 정부의 장관이 나와서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죠. 그것도 부분적으로 제 말을 짜깁기해서…. 군함도 취재하러 관광객인 척 갔는데도 일본 측이 저희 동선을 파악하고 있더라고요. 마침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했던 사도광산을 등재 보류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저희 영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군함도’에는 모든 조선인이 착하게, 모든 일본인이 나쁘게만 그려지지 않는다. 류 감독은 “일본 제국주의가 나쁘다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그들의 편에 서서 부역했던 ‘나쁜 조선인’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 스스로 그것을 냉정하게 보고 과거사에 대해 끝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6년 단편영화 ‘변질헤드’로 데뷔한 류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꾸준히 내왔다. ‘군함도’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에 대해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유난히 더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부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서 스크린 수 제한이 정해지고 관객들과 만나기 힘든 독립, 예술영화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다음 총대는 또 제 동료 감독 중 누군가가 멜 테니까요.”

역대급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무려 700만 명. 개봉 6일 만에 450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등 지금 속도대로라면 소위 ‘천만 관객’ 기록도 무리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천만 관객’ 이런 것은 제게 중요치 않습니다. 관객에게 영화가 진심으로 잘 전달되고 있느냐,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느냐가 훨씬 중요한 것 아닐까요.”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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