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는 영화다①] ‘옥자’는 어떤 이야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10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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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사진제공|NEW
영화 ‘옥자’. 사진제공|NEW
# 강원도 어느 산골.

13살 소녀 미자가 산다. 할아버지 주희봉과 함께 자연에서 나는 먹거리로 밥을 먹고, 깊은 숲을 놀이터 삼아 자라난다. 없는 살림살이지만 누구의 것보다 평온하고 행복한 나날이다.

미자에게는 할아버지 말고도 가족이 또 있다. 옥자다. 동생일 수도 있고, 어쩌면 ‘딸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옥자의 외모는 심상찮다.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한 거대한 형상을 하고 있다. 울음소리는 돼지의 그것이다.

# 미국 뉴욕.

거대기업 미란도의 최고경영자 루시 미란도는 칠레에서 슈퍼돼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자연교배로 26마리의 그 새끼들이 태어났다고 말한다.

루시는 이들을 세계 26개국 농부들에게 전해 키우도록 한다. 미란도의 동물학자이자 수의사 그리고 광고모델인 조니 윌콕스도 이에 한 몫 했다. 옥자는 바로 그 슈퍼돼지 중 하나다.

이들은 옥자를 비롯한 슈퍼돼지들을 키워낸 1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그 ‘일등’을 뽑는 콘테스트를 열기로 한다. 그리고 그 허울로 친환경기업이라는 그럴 듯한 홍보전략을 내세운다.

# 한국의 서울.

재미교포를 포함한 일군의 청춘들이 한국에 잠입한다. 비밀 동물보호단체 ALF(Animal Liberation Front·동물해방전선)의 조직원들이다.

이들은 세계 각국에서 자행되는 동물 학대 등에 맞서 동물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안겨주려 불법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연과 생명과 자본주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이 같은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옥자’는 미자와 옥자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 미란도로 상징되는 탐욕스런 자본의 논리와 이에 맞서려는 저항단체가 충돌하면서 그 속에 갇혀버린 옥자를 구해내려는 미자의 험난한 모험담이다.

영화는 초반 미자와 옥자의 평온한 일상을 담아낸다. 그리고 미자와 그 할아버지의 안온한 일상을 함께 나누는 특별한 존재임을 드러낸다.

이 쯤 되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자연과 인간, 생명과 환경의 이야기에 천착해온 미야자키 하야오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영화는 식량난 해소를 명분으로 미자에게서 옥자를 앗아가서는 마침내 자본의 논리를 관철시키려는 거대기업과 경영자의 탐욕을 그려낸다.

불법행위를 동원해서라도 그 탐욕스러움을 폭로하려는 ALF 조직원들의 저항은 그래서 더욱 처절해 보인다.

마침내 드러나는 잔혹한 자본의 음모. 옥자는 옥자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봉준호 감독은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살면서 즐겁기도 하지만 고통스럽기도 하다”면서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동물도 거기서 피로와 고통을 당하며 산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과 시선을 함께 따라가며 옥자‘들’을 바라보는 사이에서 관객은 어쩌면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던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옥자’가 지나치게 직설적인 방식으로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건 아니다.

메시지를 전하려는 과도한 의도였을지 모르지만, 루시 미란도와 조니 윌콕스를 비롯해 미란도의 한국지사 직원(윤제문) 등 몇몇 캐릭터를 희화화해 표현해낸 것은 영화가 지닌 풍부한 풍자적 이미지로 읽힌다.

비장한 임무를 수행하려는 ALF 조직원들의 다소 어수룩해 보이는 모습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영화 ‘옥자’의 미자 역은 아역 연기자 안서현이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맡았다. 이미 봉준호 감독과 ‘설국열차’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등 해외 스타급 배우들과, 역시 봉 감독과 17년째 함께해온 변희봉 등이 출연했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 사진제공|NEW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 사진제공|NEW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제작사 플랜B엔터테인먼트가 봉준호 감독과 손잡고 공동제작사로 참여했다.

‘옥자’는 29일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전 세계 190개국 플랫폼과, 한국을 비롯한 미국과 영국 극장에서 동시 공개된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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