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김민희 주연 ‘둘의 얘기’ 두 편에 뜨거운 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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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칸에서는…] ‘그 후’ ‘클레어의 카메라’ 베일 벗어
한 감독 작품 두편 동시초청 이례적… 칸에서 홍상수의 위상 보여주는듯
洪 “진짜 사실이 무엇인지 난 몰라… 주어진 것에 집중하면 인생 충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22일 상영된 홍상수 감독의 ‘그 후’에서 불륜 관계에 지쳐 헤어졌던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과 창숙(김새벽)이 다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위쪽 사진). 21일 특별상영 부문에 초청된 홍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에서는 배우 김민희와 장미희,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호흡을 맞췄다. 전원사·뉴 제공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22일 상영된 홍상수 감독의 ‘그 후’에서 불륜 관계에 지쳐 헤어졌던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과 창숙(김새벽)이 다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위쪽 사진). 21일 특별상영 부문에 초청된 홍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에서는 배우 김민희와 장미희,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호흡을 맞췄다. 전원사·뉴 제공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20, 21번째 장편영화 두 편이 잇달아 베일을 벗었다. 경쟁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을 두고 겨루는 ‘그 후’와 특별상영 부문에 초청된 ‘클레어의 카메라’. 한 감독의 작품 두 편이 동시에 초청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칸 경쟁부문에 네 번이나 초청받은 홍 감독은 ‘칸 패밀리’로 불릴 만큼 영화제가 신뢰하는 감독이라는 점에서 현지의 관심이 뜨거웠다.

22일 오전(현지 시간) 상영된 ‘그 후’는 유부남이 여직원과 사랑에 빠졌다가 이별하는 과정에서 또 한 명의 여자와 얽힌다는 게 뼈대다. 영화는 출판사 사장인 봉완(권해효)에게 아내(조윤희)가 ‘다른 여자가 생겼냐’고 묻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내의 추궁에 여직원 창숙(김새벽)과 불륜을 저질렀던 봉완은 선뜻 ‘아니’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이후 남편의 연애편지를 발견한 아내가 새로 들어온 출판사 여직원 아름(김민희)을 내연녀로 오해하면서 상황이 전개된다.

영화에선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고, 진심이 쉽게 왜곡되는 상황에 처한 봉완의 답답한 심경이 부각된다. 전말을 알게 된 아름은 봉완에게 “둘이 너무 큰 잘못을 했다”고 다그치고, 아내는 남편에게 ‘악마’라고 악담을 퍼붓는다. 창숙마저도 가정을 포기하지 않는 그를 향해 “비겁하고 추하다”며 울부짖는다.

22일 칸 영화제에서 ‘그 후’ 상영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상수 감독은 “내 영화에선 몇몇 장소와 배우들이 주요 소재가 되는데 그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권해효, 홍 감독, 김민희, 조윤희. 칸=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22일 칸 영화제에서 ‘그 후’ 상영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상수 감독은 “내 영화에선 몇몇 장소와 배우들이 주요 소재가 되는데 그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권해효, 홍 감독, 김민희, 조윤희. 칸=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상영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독은 “진짜 사실이 무엇인지는 나도 알 수 없고 또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서 “내게 주어진 작은 것이라도 집중하다 보면 인생이 충만해진 듯한 느낌이 들 것이고, 그렇게 주어진 세상과 함께 춤을 추는 게 인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1일 상영된 ‘클레어의 카메라’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 뜨거웠다. 경쟁부문이 아닌데도 400석 규모의 살 드뷔시 극장은 금세 빼곡히 찼다. 지난해 칸에서 2주간 촬영된 이 영화는 당시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아가씨’의 주연으로 칸을 찾았던 배우 김민희와 프랑스의 ‘국민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호흡을 맞췄다. 감독은 영화 ‘다른 나라에서’(2012년)에 함께 출연했던 위페르에게 “칸 영화제에 낼 영화를 제작하는데 혹시 관심 있느냐”며 출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영화제를 의식하고 만든 영화다.

이 영화에선 ‘정직’이란 단어가 수차례 언급된다.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영화 세일즈사 대표 양혜(장미희)에게 해고당한 직원 만희(김민희)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방황하던 만희는 칸에서 프랑스인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를 만난 뒤 해고의 전말을 알게 된다.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가 알려지기 불과 한 달 전 촬영된 영화인 만큼 둘의 관계가 오버랩되는 대사도 눈길을 끈다. 감독이 만희에게 “넌 예뻐, 정말 예뻐”라거나 “살면서 솔직해야 영화도 솔직해진다”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칸=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그 후#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김민희#칸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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