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처음 도전한 사극 매력에 푹 빠져 천민 했으니 다음엔 왕을 해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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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 ‘상의원’서 천재 디자이너 공진 역 고수

눈이 많이 와서일까. 한옥 찻집에서 만나서일까. 15일 만난 배우 고수는 아름다운 의상으로 세상을 물들이던 ‘상의원’ 속 공진의 여운이 짙어 보였다. “딴 사람 옷도 예뻤지만 극중 공진이 입었던 의상이 가장 맘에 들었어요.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웠거든요.” 호호호비치 제공
눈이 많이 와서일까. 한옥 찻집에서 만나서일까. 15일 만난 배우 고수는 아름다운 의상으로 세상을 물들이던 ‘상의원’ 속 공진의 여운이 짙어 보였다. “딴 사람 옷도 예뻤지만 극중 공진이 입었던 의상이 가장 맘에 들었어요.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웠거든요.” 호호호비치 제공
“공진은 천재라기보다는 남들과 다른 사람입니다.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어 하죠. 누구나 그렇게 살진 않지만 한 번쯤 꿈꾸는 삶이 아닐까요.”

24일 개봉하는 영화 ‘상의원’에서 천재 디자이너 공진으로 나오는 고수(36)는 아직도 배역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대화를 나누다 뚝 끊긴 채 허공을 응시하는 게 작품에서처럼 테이블 위로 뛰어 올라가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평소 반듯한 이미지완 달라 보인다 했더니 “얽매이는 거 싫어한다. 물론 법은 잘 지켜야 한다”며 웃었다.

―사극은 첫 도전이었다.

“정말 좋아하는 장르인데 이제야 하게 됐다. 원래 맛있는 건 아껴뒀다가 나중에 먹지 않나. ‘상의원’은 퓨전 사극인데 연기를 하면서 나중에 정통사극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다만 이번엔 천민이었으니 나중엔 왕을 해보고 싶다. 천민 신분으로 궁에 들어가니 매번 조아리고 분위기에 압도되더라.”

―조선의 천재 디자이너도 주눅이 드나.

“물론 예의와 법도를 중시하는 돌석(한석규)과 달리 공진은 제 뜻대로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를 품지 못하니 안타까움이 왜 없겠나. 게다가 신분의 속박 때문에 왕비(박신혜)를 향한 연정조차 숨겨야 하는 처지 아닌가. 마지막에 공진이 세상을 떠난 뒤 눈 오는 장면이 있다. 별 생각 없이 촬영장에 놀러갔다가 그 공백이 주는 울림에 펑펑 울었다. 지금도 그때 흐르던 헨델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를 들으면 울컥해진다.”

―역할에 흠뻑 빠지는 체질인가 보다.


“연기는 잘하고 못하고가 없는 것 같다. 각자의 방식이 있는데 캐릭터에 몰입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예전엔 배우가 너무 멀고 높아 보였는데, 이젠 열심히 하다 보면 뭔가 이루지 않을까 싶다. 공진은 겉보기엔 천재지만 돌석과 마찬가지로 바느질로 손이 엉망이 된 인물이다. 노력이 중요하다.”

―영화에서도 왕비에게 ‘꿈을 꿀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그게 공진의 옷과 왕비를 향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그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기뻐하길 바라는 인물이다. 왕비 역시 자신의 맘을 받아 달란 게 아니라, 공진의 옷을 입고 더욱 아름다워져서 왕(유연석)과 행복하길 기원한다. 뒤에서 누군가의 행복을 빌 수 있는 꿈을 꾼다는 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행운이 아니다.”

―본인도 그런 배우인가.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디자이너가 옷을 짓듯 우리가 힘껏 만든 영화에 관객이 공감하는 것만큼 고마운 일은 없다. ‘상의원’은 아름다운 의상을 쫙 펼쳤다가 애절한 사랑으로 폭 감싸 안는 영화다. 그 안엔 지금의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생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상의원#고수#한석규#의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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