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기자의 칸 리포트] 韓 다양성영화 위축, 칸에서도 ‘우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1일 0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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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악인전’이 걸린 칸 필름마켓(위쪽)과 ‘기생충’ 칸 필름마켓.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20일 ‘악인전’이 걸린 칸 필름마켓(위쪽)과 ‘기생충’ 칸 필름마켓.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구매 경쟁을 벌일 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국내 다양성영화 시장이 위축된 영향도 크죠.”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와 함께 문을 연 칸 필름마켓에서 20일(이하 현지시간) 만난 한 국내 영화 수입사 대표의 말이다.

3~4년까지만 해도 칸 필름마켓에서는 외화 수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구매가격이 두 배 이상 뛰는 사례도 목격됐지만 올해 사정은 다르다. 차분함을 넘어 “조용하다”는 게 칸에서 만난 수입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 극장가의 다양성영화 위축이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재확인된 셈이다.

수입사 관계자들은 더 이상 선뜻 구매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다. 15일 영화제가 막을 연 이후 중반에 접어든 20일까지 공개된 작품들 가운데 뚜렷한 화제작이 없기도 하지만 그보다 구매한다고 해도 과연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의 영향도 크다.

10년 넘도록 칸 필름마켓에서 외화 구매를 해온 한 수입사 관계자는 20일 “개막작 ‘더 데드 돈트 다이’,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조차 평가가 썩 좋지 않다”며 “예년과 비교하면 주목해야 할 작품이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수입사 관계자들이 외화 구매를 주저하는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국내 다양성영화 시장의 위축이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최대 화제작인 ‘가버나움’을 구매해 국내에서 선보인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는 “관심을 둘 만한 영화가 있다고 해도 최근 악화된 국내 다양성영화 환경을 고려하면 과연 경쟁력이 있는 작품인지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놓은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독립·예술영화 관객은 858만 명으로, 전년(978만 명) 대비 12.3%P 감소했다. 외화를 제외하고 한국 독립예술영화 관객 감소 폭은 무려 47.9%에 달한다. 다양성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이 크게 줄면서 벌어진 시장 침체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수치다. 결국 국내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외화 수입사들의 ‘고민’이 칸 필름마켓에서 고스란히 목격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불과 3~4년 전 칸 필름마켓에서 일어난 치열한 구매 경쟁 양상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14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위플래쉬’ 등 할리우드 직배사의 계열사들이 내놓은 예술영화가 국내에서 1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면서 시작된 다양성영화 열풍에 힘입어 2015년부터 칸 필름마켓에서는 외화 수입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에 2016년 칸에 모인 국내 수입사들은 구매 경쟁 과열을 자제하자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양상은 전혀 달라지고 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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