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왜 ‘킬러콘텐츠’로 자리 잡았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1월 21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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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작 좀비물 드라마 ‘킹덤’.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제작 좀비물 드라마 ‘킹덤’. 사진제공|넷플릭스
■ 스크린부터 안방까지…킬러콘텐츠로 뜬 ‘좀비’

이재규 감독, 차기작 좀비물 선택
“극단적 선택에 놓인 인간들 닮아”
좀비드라마 ‘킹덤’ 내년 1월 공개
김성훈 감독 “인간들의 탐욕 투영”


서양에서 온 좀비가 이제 한국영화와 드라마에서 없어서 안 될 킬러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우면서도 더욱 극적인 이야기를 창조하려는 기획자들의 시선이 ‘살아 있는 시체’ 좀비로 향하면서 관련 콘텐츠 제작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극장에서 440만 흥행 성과를 낸 ‘완벽한 타인’의 이재규 감독은 일찌감치 다음 연출작으로 좀비물을 택했다. 고등학교 배경의 좀비 드라마 구상을 마친 감독은 이르면 내년 제작에 돌입할 계획이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의 새 영화 ‘반도’ 역시 좀비물이다. 강동원이 주연 물망에 오른 영화는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가 부산에 모이는 것으로 막을 내린 ‘부산행’ 그 후의 이야기다.

북미에서는 이미 10여년전부터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 영화 ‘월드워Z’ 등을 통해 좀비가 인기 콘텐츠로 꾸준히 각광받아왔다. 물론 이들 작품에 대한 국내 반응 역시 뜨거웠다. 하지만 대중의 이런 반응에도 선뜻 좀비물을 직접 기획, 제작하는 시도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낯선 존재인 좀비가 매력적인 킬러 콘텐츠로 인정받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2016년 공유·마동석 주연의 ‘부산행’부터다. 영화는 1156만 동원에 성공한 것은 물론 대만 등 해외서도 크게 인기를 얻었고 이를 통해 좀비가 K콘텐츠의 주요 소재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10월 개봉한 현빈의 ‘창궐’도 좀비와 사극을 접목해 주목받은 작품이다. 비록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면서 손익분기점 도달에 실패했지만 좀비가 한국영화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범위를 넓힌 시도라는 사실에서 의미를 남겼다.

넷플릭스가 처음 제작한 한국드라마 역시 좀비물이다. 주지훈 주연의 ‘킹덤’이 내년 1월25일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된다. 6부작으로 완성된 시즌1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일찌감치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그만큼 내부의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가 높다는 의미다.

콘텐츠 기획자들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가 갖는 특수성, 이들에 맞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인간의 사투에 주목하고 있다. 좀비드라마를 기획한 이재규 감독은 “드라마에서 법정물, 수사물, 병원물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라며 “좀비물은 이런 세 가지를 합한 것보다 더욱 극단적인 선택에 놓인 인간과 상황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크다”고 짚었다.

좀비를 매개 삼아 다양한 장르의 변주도 가능하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역병에 걸린 이들’을 좀비로 설정한 ‘킹덤’이 대표적이다. 연출자 김성훈 감독은 “그릇된 탐욕과 민초의 투쟁사를 좀비 소재로 그렸다”고 했다. 서양에선 척결 대상으로 통하는 좀비를 “우리 이웃이자 고민의 대상”으로 삼은 게 차이다. 감독은 “(좀비가)만들어내는 동적인 긴장감이 고요한 시대와 충돌할 때 만들어지는 아이러니한 재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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