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슈퍼 히어로의 아버지가 떠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스탠 리 마블엔터 명예회장 별세

미국 NBC가 제작한 TV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 리턴스’(1988년)에 출연한 배우들과 함께한 스탠 리(가운데). 토르(왼쪽)와 헐크 역시 그가 탄생시킨 캐릭터다. AP 뉴시스
미국 NBC가 제작한 TV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 리턴스’(1988년)에 출연한 배우들과 함께한 스탠 리(가운데). 토르(왼쪽)와 헐크 역시 그가 탄생시킨 캐릭터다. AP 뉴시스
수많은 슈퍼 히어로의 시작에 그가 있었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엑스맨, 토르 등 ‘할리우드 흥행보증수표’가 된 숱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영웅에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스파이더맨)는 깨달음을 줬고, 독자와 관객에게 영웅의 결함이 매력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마블 히어로의 아버지’ 스탠 리(본명 스탠리 마틴 리버) 마블 엔터테인먼트 명예회장이 12일(현지 시간) 세상을 떴다. 향년 96세.

1922년 루마니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고인은 17세에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만화제작사 타임리 코믹스에서 편집보조로 시작해 작가, 편집자 등으로 역할을 확대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리는 잭 커비 같은 만화가와 함께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을 보유한 DC코믹스와 경쟁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를 탄생시켰다. 판타스틱4를 시작으로 스파이더맨, 헐크, 아이언맨 등의 슈퍼 히어로들이 이때 만들어졌다. 진중하고 엄숙한 DC 캐릭터와 달리 마블은 빈틈 많고 유머 넘치는 캐릭터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블 코믹스 편집장과 마블 엔터테인먼트 사장을 역임했고 1970년대 미국만화잡지협회의 검열 규제에 정면으로 맞서 표현의 자유를 지켜냈다. 그러나 올 초에는 여성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 일선에서 은퇴한 후에는 마블 코믹스의 편집위원, 명예회장을 지내며 마블 코믹스 원작을 실사 영화로 제작하는 업무를 총지휘하기도 했다. 고인은 마블 영화 40여 편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과시해왔다. 내년 개봉하는 ‘어벤져스4’에도 카메오로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의 별세 소식에 애도가 이어졌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은 “(마블에) 스탠 리보다 더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없다. 그는 우리 모두를 능가하는 엄청난 유산을 남겼다”고 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엑스맨’의 울버린을 연기했던 휴 잭맨, ‘캡틴 아메리카’의 주인공 크리스 에번스 등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추모글을 올렸다. 리의 사망 후 그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는 ‘1922∼2018 Excelsior!’라는 문구가 게시됐다. ‘엑셀시오(Excelsior)’는 고인이 평소 자주 사용한 말로 ‘더욱더 높이’라는 뜻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스탠 리#마블 엔터테인먼트#스파이더맨#아이언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