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대해부①] 1040세대, 그들은 왜 방탄소년단에 빠져들었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22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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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는 스타와 세계관을 함께하면서 각종 기부행사, 사회적 캠페인 등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는 스타와 세계관을 함께하면서 각종 기부행사, 사회적 캠페인 등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아미는 저희의 생명이고, 저희의 전부죠!” 방탄소년단을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한 강력한 파워, 그 이름은 바로 ‘아미’(ARMY)다. ‘방탄의 군대’라는 뜻으로, 방탄소년단과 팬들은 운명 공동체다. 아미의 또 다른 뜻으로는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의 약자로, ‘청춘들의 대변인’이라는 의미로도 통한다. 방탄소년단은 언제 어디서든 “아미에게 감사드린다”며 그들부터 찾는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방탄소년단의 미국 빌보드차트 1위를 축하하며 “방탄소년단과 함께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팬클럽 아미도 응원한다”며 ‘콕’ 찍어 아미를 언급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집계가 안 되고 있지만 전 세계에 분포된 아미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지역별 유튜브 조회수, SNS 사용량 등을 근거로 한 추정치다.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미들은 한목소리로 “친구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10∼40대 아미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미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정서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서로 똘똘 뭉쳐 막강한 파워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빠순이’라 불리는 아이돌 팬클럽처럼 전투적이지 않다. 소리 소문 없이 움직이는 스텔스기와 같다.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자랑하고 ‘군대’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아미들이 방탄소년단에 대해 말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스타성(Artist), 소통(Relation), 뮤직(Music), 공감(Yourself)을 ‘A.M.R.Y’로 풀어봤다.

지난달 21일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달 21일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Artist (스타성)

-10대 여고생


“항상 퀄리티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각 멤버마다 무대 위에서 다른 매력을 보여줄 뿐 아니라 노래, 춤, 비주얼까지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다. 무대에서 모습은 다른 아이돌 그룹보다 훨씬 장악력이 크다. 흔히 말하는 반전 매력이 있는데 무대 위에서는 그 누구보다 카리스마 있고 남자답지만 무대 아래서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다.”

-20대 여대생

“음악에 대한 ‘노력’이 첫 번째다. 단순히 ‘퍼포먼스가 멋진 그룹’, ‘잘생긴 아이돌 그룹’은 주변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지만 ‘자신들의 음악을 하는 그룹’이란 타이틀은 노력하지 않고서는 얻기 힘들다. 다른 가수 노래를 자신 음색에 맞게 편곡하고, 믹스테이프 등을 꾸준히 SNS에 올린다. 정식 발매한 앨범 외의 노래를 ‘선물’이라고 부른다.”

-30대 직장여성

“그들은 처음부터 뭔가 달랐다. 1곡 무대는 3∼4분이지만 이들 무대는 몇 달의 준비시간을 함축해 놓은 것과 같다. 아티스트는 오감을 동원해 초단위로 예민하게 무대에 오른다. 단 한 번의 무대로도 ‘뭔가 다르네!’라는 생각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아티스트는 이미 스타성을 갖춘 게 아닐까. 단언컨대 그들은 무대위에서 ‘밀당’의 고수들이다.

-40대 직장여성

“음악과 무대를 잘하고 섹시한 면도 있는 귀엽고 촌스러운 시골총각들! 하루아침 스타가 아니라 서서히 올라가는 성장형 아이돌 그룹이고, 그 성장성이 음반에 녹아들고 가사에도 투영되고 그 서사가 결국 해외에서 통했다. 이들의 스타성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빛나는 과정에 있다.”

팬들과의 소통 창구인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사진출처|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캡처
팬들과의 소통 창구인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사진출처|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캡처

● Relation (소통)

-10대 여고생

“그들은 여러 곳에서 팬미팅, 팬사인회를 한다. 의무적으로 꼭 해야 하는 서비스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현장에서도 팬들과 활발히 소통할 뿐만 아니라 SNS에서는 더욱 특별하다. 그들은 팬들과의 더 깊은 관계를 위해 팬들을 위한 노래까지 만들어 선물하기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다.”

-20대 여대생

“다른 아이돌 가수들과 가장 차별화된 것은 SNS 계정이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게시물을 올릴 때 좀 더 신중할 수 있다. V앱을 통해서 팬들과 자주 소통한다. 새 앨범이 나왔을 때, 생일인 멤버가 있을 때, 얼굴을 보여주고 이야기 하며 댓글로 올라오는 팬들의 의견을 듣는다. 방탄소년단의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30대 직장여성

“꾸준하고 솔직한 소통방식이 매력적이다. 동시대 사람들과 같은 고민과 아픔, 불안 등을 느끼고 있음을 솔직하게 공유한다. 고민에 그치지 않고 답을 찾았으면 찾은 대로, 흔들리면 흔들리는 그대로 보여준다. 일할 때만큼은 완벽주의자이지만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 같다. 연예인이라면 팬들에게 항상 예쁜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틀을 깨주는 것 같다.”

-40대 직장여성


“쉬지 않고 ‘떡밥’을 제공한다. 이 ‘떡밥’엔 프로 뮤지션임을 알게 하는 것들이 공통적으로 있다. 다른 아이돌과 차별성이다. 데뷔 초 SNS 등을 통해 약간 모자라고 엉뚱하고 시끄럽게 노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칼군무 영상이나 멤버들의 각기 다른 커버곡이나 믹스테이프를 공개했다. 자체 예능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양하게 소통하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 Music (음악)

-10대 여고생


“그들 음악은 항상 새롭다. 매번 다른 콘셉트의 노래를 선보이고 매 앨범마다 더 트렌드해지고,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팬들은 그에 따라가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다. ‘페이크 러브’도 ‘DNA’에 비해 더 성숙하고 관능미 넘치는 모습에 놀랐다. 특히 지민의 춤선과 표현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20대 여대생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성장중이다. 멤버들은 작사와 작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들이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방향으로 음악을 만든다. 해외 유명 프로듀서들과 협업할 때도 그들에게 전부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작곡과 작사에 참여함으로써 트렌디함을 유지하고, 멤버들의 개성이 반영되도록 한다. 방탄소년단 음악이 왜 성장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30대 직장여성

“기쁨, 불안함, 불합리함과 같은 감정에 도취되기도, 얽매이기도 한다. 도취감에 더 깊이 빠지고 싶을 때, 혹은 얽매인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가장 좋은 촉매제가 방탄소년단 음악이다. 소통하기 좋아하는 이 청년들에게 아미들도 끝없는 편지를 보낸다. 당신의 음악이 참 위로가 된다고. 이 부분이 방탄소년단이 아티스트로서 열정을 더 가지게 되는 이유다.”

-40대 직장여성

“장르 상관없이 매 곡마다 스토리텔링이 있어 우아하면서도 강렬함이 돋보인다. 또 ‘사이퍼’ 시리즈나 ‘마이크 드롭’과 같은 래퍼 라인 중심의 힙합 노래가 있어서 골라듣는 재미가 있다. 가사가 매력적이다. 젊은 세대가 공감할 내용의 가사나 내적 고민 등을 이야기한다. 자아에 대한 불안, 이중성 스스로에 대한 성찰에 대한 가사도 꽤 많다. 표현들이 매우 세련됐다.”


● Yourself (공감)

-10대 여고생


“데뷔 때부터 청춘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힘을 불어넣어줬다. 작곡가가 만든 정형화된 노래가 아니라 방탄소년단만의 색깔과 개성이 녹아있다. 그렇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데뷔곡인 ‘노 모어 드림’도 10대에 대한 노래다. 그 뒤로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서 그들의 상황을 대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공감대가 큰 것이다.”

-20대 여대생

“팬들을 생각하고 만든 노래들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것 같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서 ‘으승으승’ 파이팅하게 되는 구호 같은 느낌이다. 마음 한구석이 욱신거리고 대낮에 들어도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또 이런 방탄소년단에게 팬들은 팬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에 대한 마음을 나타낸다.”

-30대 직장여성

“개인의 경험과 감정, 사회적 메시지가 다소 어둡더라도 그대로 음악에 담아내 팬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려고 한다. 이 진정성 있는 음악적 소통과 교감은 또 다른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영감을 주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된다. 그것이 아미의 눈과 귀와 마음으로 전달이 되면 우리만의 이야기 하나가 완성되는 것이다.”

-40대 직장여성

“세상을 향한 뜬금없는 분노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질문들이 10∼20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면 30∼40대 이상 세대는 공감보다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청년들이라는 인상이 크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모습에 뿌듯함이 생긴다. 슈가의 바람처럼 ‘이 높은 곳을 잘 날아가면서 언제든 추락하지 말고 안전하게 착륙’하기 바란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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