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문화] 시청률 30% 프랑스 TV 오디션 프로 흔든 韓 참가자 ‘유발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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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i!!!(고마워요!!!)”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세계적 팝스타 미카가 고함을 치며 미친 사람처럼 뛰쳐나왔다. 돌발 상황이었다. 미카가 향한 곳은 무대. 그 위엔 방금 첫 곡을 끝낸 한국인 참가자 유발이(30·본명 강유현)가 영문을 모른 채 앉아있었다.

미카가 유발이 옆에 앉더니 즉석에서 노래를 지어 불렀다. “당신 노래에 감사해요~.” 마무리는 한국어 “감사합니다!” 미카가 놀라운 연주와 노래를 들려준 유발이가 자신을 멘토로 선택한 데 흥분해 벌인 행동이었다.


최근 프랑스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더 보이스: 라 플뤼 벨 부아’ 시즌 7(이하 보이스)에서 한국인 참가자 유발이가 돌풍을 일으켰다. 보이스는 올해 프랑스 대표 TV 채널 ‘TF1’에서 시청률 30% 이상을 기록하며 방영됐다. 유려하게 재즈 피아노를 연주하며 팝과 샹송을 들려준 유발이는 1~4월 출연하며 자신의 사진과 인터뷰 기사로 연일 프랑스 포털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했다. 전 세계 프랑스어권에 방영된 덕에 유발이의 인지도는 대륙도 넘었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아직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응원해주세요. 아프리카의 섬에 사는 친구도 ‘내가 유발이의 친구’라며 자랑을 하고 다닌대요.”

최근 서울에서 만난 유발이는 믿기지 않는 듯 꿈꾸는 표정이었다. 유발이는 2010년 한국에서 ‘유발이의 소풍’이란 예명으로 데뷔했다. 어려서부터 프랑스 문화와 샹송이 좋았다. 서울의 학원을 다니며 프랑스어를 배우고 이따금 무대에서 샹송을 불렀다. 재즈 보컬을 공부하려 2015년 프랑스 파리의 음악학교 ‘콩세르바투아 부르 라 렌’에 입학했다.

프랑스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더 보이스: 라 플뤼 벨 부아’ 시즌 7에 팝스타 미카와 출연한 모습. TV 화면 캡처
프랑스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더 보이스: 라 플뤼 벨 부아’ 시즌 7에 팝스타 미카와 출연한 모습. TV 화면 캡처
“이따금 학교를 쉬는 날이면 영국, 벨기에, 이집트 등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작은 무대에서 노래했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그 영상을 ‘보이스’ 제작진이 봤다더군요.”

PD가 설명한 심사위원단 구성은 놀라웠다. “파스칼 오비스포, 플로렁 파니, 자지…. 쟁쟁한 프랑스 가수들에 평소 존경하던 미카까지 나온다고요.”

예선 통과도, 미카를 만난 기쁨도 잠시였다. 멘토로서 미카는 혹독했다. “카메라가 꺼지면 더 엄하게 절 다그쳤어요. 세 달 동안 연마한 제 편곡방식을 방송 전날 밤 갈아엎기도 했죠.”

유발이는 핑크 마티니, 냇 킹 콜,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노래를 방송에서 재해석하며 현지 관객과 시청자의 환호를 받았다. 최종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에겐 또 다른 비밀이 있었다.

“출연 제안이 임신 5개월차에 왔어요. 지난해 9월 출산을 하고 연말부터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녹화를 했죠.”

유발이는 “새벽 촬영이 끝날 때마다 정신과의사와 면담 시간을 마련해 경연 참가자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프랑스의 제작 환경에 매우 놀랐다”고 했다.

꿈에 그리던 프랑스행,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하지만 유발이는 아직 무엇도 찾지 못한 기분이라고 했다. 21일, 3년 만에 신곡을 냈다. 제목은 ‘행복은 무얼까?’다. ‘사랑은 무얼까/사는 건 무얼까/나는 누굴까…’ 질문만이 꼬리를 무는 노래. “프랑스에 살며 유럽을 여행하고 TV에도 나갔는데, 오히려 행복은 무엇인지 더 모르겠더라고요.”

노래를 채우는 건 피아노와 유발이의 목소리다. 기본으로 돌아간다. 유발이는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찾으러 간다며 기자에게 작별 인사 했다. “노래에서 중요한 게 결국 사람의 목소리라는 걸 찾은 것 같아요. 미카 오빠한테 크게 배운 셈이에요. 미카 오빠, 감사합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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