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老배우의 ‘행복학 개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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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의 작가 이나가키 에미코의 에세이집 ‘퇴사하겠습니다’를 읽어 내려가다 흥미로운 문장에 시선이 머물렀다. ‘신문기자를 죽이는 데 칼은 필요 없습니다. 기사가 실리지 않게 되면 신문기자는 살 수 없으니까요.’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인물이 있었다. 배우 이순재 씨(82·사진). 2년 전 연극 ‘시련’ 출연을 앞둔 그를 인터뷰하며 상투적인 인사말을 던졌다. “연극, 드라마, 영화, 예능,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되물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언제 가장 행복해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노배우의 말이 이어졌다. “취재한 내용을 한 문장씩 고심해 써 내려가고, 그 결과물인 기사가 지면에 실린 걸 눈으로 확인했을 때…. 그때 맞죠? 결과물의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나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죠. 행복이 그 지점에서 갈리거든요.”

맞는 말이다. 스스로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자존감 있는 삶이야말로 행복 그 자체가 아닐까.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이순재#이나가키 에미코#퇴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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