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안되는 서울 전셋값 하락…안정까지는 아직 멀었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0일 0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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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전셋값이 떨어졌다고 하던데…더 싼 집은 없나요.”

“집주인에게 1000만원정도 더 낮출 수 있는지 물어보겠지만 그게 이미 빠진 가격이에요.”

서울 은평뉴타운 인근 한 중개업소. 이 지역 A단지 전용면적 84㎡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1월 4억원에 실거래가 체결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12월 다시 4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이후 이 가격에 집주인들의 심리적 저지선이 형성되자 일부 전세 매물을 놓고 이처럼 세입자와 집주인간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집주인의 저항이 만만찮다. 최근 서울 전셋값 15주 연속 하락 소식에 올해 전세집 마련이 순탄할 것이라 기대했던 세입자들이 실망한채 돌아서고 있다. 세입자들이 전셋값 안정에 공감을 표하지 못하는 이유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15주 연속 약세를 보이면서 전세 시장은 유례없는 세입자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됐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서울아파트 전세수급동향 지수는 2월 첫째주 76.3으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래 최저다. 이 지수는 전세 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0∼200 범위에서 기준치(100) 아래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전셋값 하락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웬만한 지역은 전셋값이 수억원을 호가하고 있어 신혼부부, 청년층 등에게는 여전히 서울 정주 부담이 만만찮다.

감정원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중위가격(중앙값)은 올해 1월 기준 4억2164만원으로 분석돼 표본 구성 등에 차이가 있지만 지난 2017년 1월 3억5813만원 대비 2년새 1억원 가깝게(17.7%) 상승했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 최하위 20%(1분위)마저 같은기간 최근 집값 급등기에 1억8106만원에서 1억9799만원으로 올랐다.

고가 단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파트 전셋값 최상위 20%(5분위) 평균가격은 같은 기간 6억6920만원에서 8억2368만원으로 상승해 최하위 20%와의 격차가 3.7배에서 4.2배로 벌어졌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소득 상승 속도보다 빠른 것도 문제다.

서울에서 지난해 3분기 소득 대비 아파트 전셋값은 중위 20%(3분위) 기준 연소득 5568만원(월 464만원·가계동향조사) 대비 3억9069만원으로 7배 차이다. 같은 시기 서울 지역의 소득 대비 아파트값(PIR·KB부동산 3분위 기준 13.4배)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전년 3분기 6.3배(5376만원 대비 3억3784만원)에서 더 벌어졌다. 밀당의 결과로 1000만~2000만원을 낮추더라도 지난 2년간 상승분을 한꺼번에 감당해야 하는 세입자로서는 부담이 적지 않은 셈이다.4분기 통계는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강남·북간 자치구별로 하락률 편차가 커서 세입자마다 느끼는 온도차가 큰 것도 배경중 하나다.

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15주간(2018년 10월22일 대비 2019년 2월 4일) 1.43% 하락했으나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강남권역(11개 자치구)는 2.07% 떨어졌으나 강북권역(14개 자치구)은 0.67% 하락하는데 그쳐 격차가 크다.

서울 동남권, 이른바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는 평균 3.35% 떨어졌으나 서울 동북권(-0.34%)은 상대적으로 하락세가 미미한 편이다. 강동(-4.05%), 송파(-2.86%) 등 일부 지역은 ‘역월세’ 우려까지 제기된 상황이지만 노원(0.04%) 아파트 전셋값은 오히려 상승했고 성동(-0.24%) 등도 영향이 적은 편이다.

최근 2년(2017년 1월30일 대비 지난주)을 기준으로 삼아도 지역간 격차가 크다. 같은 기간 서울아파트 전셋값은 0.78% 올랐지만 종로(5.4%) 관악(5.01%), 중랑(4.21%) 등 급등지역과 서초(-6.94%), 송파(-3.22%) 급락지역으로 양분됐다.

집주인의 심리적 저항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 하락을 유발한 것은 성북구, 송파구, 강남구 등 대규모 신규 입주가 진행중이거나 예정된 단지 인근을 중심으로 전세물건이 누적되고 한편으로는 강력한 대출규제 시행에 고가 아파트 전세집 수요가 감소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인근에 신규 입주 물량이 적거나 9억원 이하 전세집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덜한 편이다. 은평뉴타운 등 일부 지역은 신축 아파트가 생기자 주변 집값과 전셋값이 갭메우기를 진행하며 하방 경직성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전셋값 안정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 수요는 증가해 전셋값을 떠받치는 구실을 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일부 입주물량이 과잉되는 지역은 전셋값도 크게 떨어질 수 있겠지만 현재 주택 매입수요가 사라지고 전월세 선호가 높아지기 때문에 급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다만 집주인이 전셋값에서 우선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면서 “올해 신규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올해 보합내지 조정 수준의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전셋값은 다소 국지적 환경에 영향을 빋는 경향이 있다”고 설먕했다. 그는 “서울에만 올해 약 5만 가구가 집들이 하는 등 역대급 입주가 대기 중”이라며 “올 겨울방학 이사철 특수가 없어, 봄철에 반짝 거래량 증가가 있겠지만 상반기 중에는 약세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따.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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