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아파트’ 당첨 욕심에…위장전입에 통장매매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5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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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경제

국토교통부가 서울, 경기 과천시에서 분양한 아파트 5곳의 당첨자에 대한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해 의심사례 68건을 적발했다. 투기세력 차단을 위해 정부가 단속에 나섰지만 지금 같은 분양제도에선 청약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국토부는 5일 올 3, 4월 청약을 접수한 5개 단지의 일반분양 당첨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단지별로는 3만 여명이 몰린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에서 절반가량인 35건이 적발됐다. 과천시 ‘과천 위버필드’ 26건, 서울 마포구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5건, 서울 강남구 ‘논현 아이파크’ 2건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에선 의심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이들 단지의 특별공급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50건의 의심사례가 적발됐다.

본인이나 가족의 주소지를 허위로 옮기는 위장전입(58건)이 대부분이었다. 가족 수를 늘려 청약가점을 높이기 위해서다. A 씨는 따로 사는 장인 장모를 부양가족인 것처럼 세대합가 신고를 했다. B 씨와 그의 여동생은 부모와 함께 살다가 아파트 모집공고가 나기 이틀 전 각각 세대분리 신고를 하고 나란히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해외에 거주해 1순위 자격이 없는 사람이 당첨됐거나(3건) 통장매매 거래가 의심된 사례(2건)도 있었다.

국토부는 경찰 및 지방자치단체의 특별사법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불법이 확인되면 아파트 당첨이 취소되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번 결과를 두고 정부가 특별사법경찰관까지 투입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정작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도 있다. 국토부는 올 3월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시작으로 위장전입 등 청약 관련 불법행위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8·2부동산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내 청약가점제가 확대되면서 위장전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적발 사례가 전체 일반분양 물량(5곳 2121채)의 3.2%로 투기세력이 대거 가세했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다. 청약통장 매매처럼 ‘떴다방’이 낀 조직적 불법사례는 2건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한 ‘로또 아파트’가 양산되는 현상이 청약시장 과열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정부가 집값 안정을 목적으로 신규 분양가를 제한하자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청약가점제가 확대되면서 점수를 올리려는 사람들이 위장전입 등에 대한 유혹에 쉽게 빠지게 돼있어 정부의 강력한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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