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신병섭 “명품이라고 무조건 고가판매 안 통해… ‘가성비 트렌드’가 오히려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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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슈트’ 브룩스 브라더스 국내에 안착시킨 신병섭 지사장

역대 미국 대통령 44명 가운데 39명이 선택한 슈트, 미국 최초의 기성복 브랜드,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링클프리 셔츠, 영화 ‘위대한 개츠비’ 속 주인공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입은 의상들….

모두 198년 전통의 미국 럭셔리 패션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의 역사를 설명하는 표현들이다. 2006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브룩스 브라더스는 경쟁 브랜드에 비해 한국 시장 진입이 늦었던 탓에 인지도를 높이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럭셔리 브랜드들이 선호하는 핵심 매장에 속속 입점하면서 브랜드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브랜드가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한 데는 최근의 ‘가치소비’ 트렌드도 한몫을 했다. 이 브랜드의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신병섭 한국지사장(사진)은 “창업 정신인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되 적정 마진에 판매한다’가 가치소비 시대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3호에 실린 신 지사장과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다.

―럭셔리와 프리미엄 사이에 자리 잡은 브랜드 포지셔닝이 독특하다. 이런 전략을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창업 초기부터 전해져 내려온 브랜드 미션이 ‘최상급 품질의 상품을 공정한 이윤에 판매한다’다. 특히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 회장이 이 브랜드를 인수한 후 이러한 창업 철학을 활용해 ‘어포더블 럭셔리(합리적 가격대의 프리미엄 제품)’란 구체적인 포지셔닝 전략을 세웠다. 인수 당시인 2001년경,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명품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었고 이때야말로 럭셔리 상품군 내에서도 다양한 시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 세운 전략이다.”

―어포더블 럭셔리란 포지셔닝이 사실 신규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진 않을 것 같은데, 다른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심화되진 않았나.


“델 베키오 회장은 브랜드 인수 후 턴어라운드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 브랜드가 가진 핵심 가치들을 되짚었다. 이 브랜드의 강점은 인지도 등 강력한 브랜드 파워, 정통 슈트라는 명확한 전문 영역, 핵심 상권에 주요 매장들이 이미 포진돼 있다는 점 등이었다. 이에 더해 또 다른 강점 요소는 원가 관리 구조와 품질관리 능력을 꼽을 수 있다. 인수 직후에만도 이미 전 세계적으로 150개가량의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규모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또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장기적 거래 관계를 유지해 온 협력업체들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었다. 추격자로 나선 다른 브랜드들은 ‘공정한 가격’이라는 도전적인 철학을 조직 내부에서조차 공유하지 못했다.”

―최근 유통시장의 화두는 ‘합리적 소비’다. 패션과 같이 감성적인 영역에서조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르는 트렌드가 럭셔리 브랜드로선 반갑지 않을 텐데….


“국내 판매가를 본사가 있는 미국 대비 평균 20∼30%를 넘지 않게 책정하는 브룩스 브라더스에는 이런 트렌드가 오히려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명품 시장 팽창기에는 가격을 비싸게 붙일수록 잘 팔리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벌어졌지만 스마트 컨슈머의 등장으로 이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고가 마케팅은 통하지 않는다. 감성적인 영역인 패션에서도 ‘공정한 이윤’이라는 화두로 소비자를 설득시켜야 통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dbr#브룩스 브라더스#신병섭#대통령의 슈트#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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