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카드 소득공제 축소’에 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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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검토’ 발언 논란


정부가 최근 신용카드의 소득공제 혜택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월급쟁이에 대한 증세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근로자는 968만 명에 달한다. 공제가 축소 또는 폐지되면 1인당 더 내야 하는 세금은 많게는 수십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번 조치가 정부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로페이를 활성화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 “사실상 증세” 직장인 반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직장인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서모 씨(36)는 “미혼이라 가족 공제도 못 받는 상황에서 연말정산을 할 때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사실상 거의 유일한 혜택”이라면서 “이마저 없어지면 1년에 수십만 원의 세금을 더 내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진행 중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에는 서명자가 사흘 만에 5000명을 넘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부동산 관련 세금 등 다른 세목이 오르고 있는데 공제 혜택까지 없애면 개인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없애지는 않고 점차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결국엔 중장기적으로 공제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폐지되면 직장인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령 연봉 5000만 원인 직장인이 신용카드로 1917만 원을 써서 현재 공제를 100만 원 받고 있다면, 공제가 폐지될 경우 16만5000원의 세금을 지금보다 더 내야 한다. 또 2584만 원, 3250만 원을 신용카드로 사용할 경우 세 부담은 각각 33만 원, 49만5000원 늘어난다.

○ “자영업자 도우려 직장인 혜택 축소하나”

물론 정부도 이런 조세 저항을 예상하고 있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이미 그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기 때문에 혜택 축소는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자영업자의 현금 거래에 따른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혜택을 없애는 일몰(日沒) 기간을 뒀지만 매번 1∼3년씩 기간이 연장됐다. 그러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충분히 일반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최근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제로페이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카드의 혜택을 줄이면 4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로페이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 보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작년 말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0%대 수수료율을 실현하기 위해 제로페이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신용카드 혜택이 줄어들면 다른 결제수단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제로페이 도입에 맞춰 정책 수단을 재구성하려면 기존 결제 수단에 대해서는 조세 지원을 줄일 수 있다”며 사실상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등을 줄일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문재인 정부#신용카드#소득공제#연말정산#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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