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바삭바삭~” 이 소리가 프링글스의 크기를 정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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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가치 높이는 오감디자인

프링글스 감자칩은 무려 반세기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과자로 세계 140여 개국에서 팔리는 인기 상품이다. 프링글스가 이처럼 오랫동안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프링글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입 안에서 느껴지는 바삭함을 꼽는다. 그런데 프링글스가 다른 과자보다 유독 바삭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입 안에서 부서뜨릴 때 나는 소리와 관련이 있다. 프링글스는 입에서 과자를 부서뜨릴 때 상쾌한 소리가 나도록 크기와 모양을 설계했는데 이 소리는 바삭한 느낌을 극대화한다. 소리를 통해 바삭함과 과자의 신선함을 전달한 것이다.

프링글스의 소리는 효과적으로 감각을 디자인한 사례 중 하나다. 감각 디자인은 제품의 우수성을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오감의 특성을 반영해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오늘날 감각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우수한 제품을 만들더라도 소비자가 감각적으로 품질의 우수성을 체험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제품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면서 감각 디자인을 통해 제품을 차별화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품질 개선도 중요하지만 개선된 품질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오감에 호소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영 전문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56호 스페셜 리포트의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 감각의 특성을 활용하라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감각을 디자인하기 위해서 우선 감각적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와인의 경우 감각적 접점은 와인 병의 무게이다. 사람들은 와인을 선택할 때 와인 병을 손에 들고 라벨을 본다. 라벨에 적혀 있는 정보를 읽는 것처럼 보이지만 몸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와인 병의 무게이다. 손에서 더 무겁게 느껴지는 와인을 좋은 와인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실제 연구 결과, 가격이 높은 와인일수록 와인 병 자체의 무게도 더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와인일수록 무거운 병에 담아서 사람들이 와인의 가치를 감각적으로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김병규 교수는 “비싼 외제차를 구입한 고객이 고급 가죽으로 만든 열쇠고리에 매우 만족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전문가가 아닌 고객들은 자동차의 성능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고급 가죽의 느낌은 누구라도 쉽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감각적 자극을 발굴하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감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하면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애착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시각을 통해 얻은 기억보다 향기에 대한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한다고 한다. 따라서 특정 브랜드에 노출되었을 때 특정한 향기를 맡게 해주면, 고객들은 시간이 지나도 관련한 기억을 더 잘 떠올릴 수 있다. 박충환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마셜경영대학 마케팅 석좌교수는 “향기에 대한 기억은 오래 지속되며 특정 브랜드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강렬하게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 디자인이 제품 인식을 업그레이드

많은 기업이 제품 개발이나 브랜드 구축 단계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훌륭한 디자인은 소비자가 제품을 인식하는 수준 자체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LG전자는 가전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한 단계 높은 초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를 만들었다. LG시그니처를 디자인한 덴마크 디자이너 토르스텐 발레우르는 “미니멀하고 직관적이면서도 유쾌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품질과 디자인 어느 한쪽을 희생하지 않는 최적화된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LG시그니처는 2016년 3월 국내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50여 개국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있다.

○ 브랜드 개성과 철학을 담아야

감각적 디자인은 추상적인 브랜드의 개성과 철학을 고객들이 쉽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효과도 발휘한다. 아모레퍼시픽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는 화장품 용기의 모양이나 재질, 포장, 매장 인테리어 등의 감각적 요소를 활용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예컨대 대표 제품인 윤조 에센스는 기존 초자 용기에 도자기 질감의 코팅을 입혀서 촉각적으로 도자기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도자기의 질감은 한국적 전통과 예술, 장인의 손길을 연상시킨다. 또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선물 포장을 할 때 향을 뿌린 카드를 동봉해준다. 설화수 특유의 향을 통해 고객뿐 아니라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까지 설화수의 브랜드 가치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감각 디자인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발레우르 디자이너는 평소에 감각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는 습관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바쁜 업무에서 벗어나 휴식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는 “너무 많은 생각이 감각을 지배하면 기존 관행과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며 “감각에 귀 기울여 현상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프링글스의 크기#오감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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