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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고객이 원하는 가방 만들어 고객이름 붙여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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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고객이 원하는 가방 만들어 고객이름 붙여 팔아

조진서 기자 , 이연준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입력 2018-08-29 03:00수정 2018-08-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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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가방’으로 SNS 입소문… 작년 60억 매출 올린 로우로우
특정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아예 그 고객의 이름을 붙여 팔면 어떨까? 엉뚱한 생각 같지만 성공한 사례가 있다. 국산 잡화 브랜드 로우로우는 2015년 대학생 이민우 씨의 이름을 딴 ‘민우가방’을 만들어 히트를 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이 가방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로우로우의 매출 상위 5위 안에 든다.

로우로우는 가방, 안경, 신발 등을 만들어 판다. 역사는 6년밖에 되지 않지만 2017년 매출 약 60억 원을 올렸다. 성장의 근간에는 민우가방 사례에서 알 수 있는 이 회사의 독특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진짜 쓰고 싶은 물건, 혹은 내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물건’만을 만들어 팔자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실용적인 제품을 만든다는 입소문은 해외까지 퍼졌다. 2015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의 초대를 받아 현지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또 지난 해 11월에는 일본의 글로벌 잡화 브랜드 무인양품(MUJI)이 이 회사 이의현 대표(35)를 도쿄로 불렀다. 홍익대 앞에서 온 이 30대 ‘가방 장수’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임직원들 앞에서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당당한 제목의 강연을 했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걸 만들어주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로우로우를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55호(2018년 8월 15일자)에서 집중 분석했다.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내가 쓰고 싶은 가방을 만들자’

브랜드 창업은 이 대표의 꿈이었다. 여러 패션업체에서 마케팅, 머천다이저 등으로 경력을 쌓고 30세가 되던 해, 한 살 터울 동생 이은현과 함께 로우로우를 출시했다. 로우로우(rawrow)는 ‘날것이 열(列)을 짓는다’는 뜻이다. 미국의 애플이나 일본의 무인양품처럼 라벨을 떼어놓고 봐도 어떤 회사 제품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손에 든 돈은 2000만 원이었다. 그 돈으로 작업실을 구하고 캔버스천 재질의 학생용 배낭 300개를 만들었다. 모양과 색상은 단순하게 했고 잡기 편하도록 손잡이를 크게 달았다. 흰색 안감을 넣어 가방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 눈에 확 들어오게 했다. 한마디로, 멋보다 실용성을 강조한 가방이었다. 2012년 2월, 이 대표는 서울 강남에서 열린 벼룩시장에 이 배낭 10개를 가지고 나갔다. 몇 시간 만에 다 팔렸다. 용기를 얻어 강남 일대 패션잡화 편집숍에 제품을 입점시켰다. 신제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1년여 만에 홍대 앞에 번듯한 매장과 사무실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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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년여가 지난 2014년 여름, 이민우라는 이름의 군인이 팥빵을 사 들고 매장을 찾아왔다. 벼룩시장에서 배낭을 사갔던 로우로우의 첫 고객 10명 중 한 명이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다가 매장을 보고 반가워 찾은 것이다. 이 대표는 매장에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는 고객이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그는 그날 바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우님이 제대하는 날, 그가 원하는 가방을 꼭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군인 청년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그는 노트북보다 책과 노트, 필기구 등을 넣고 손으로 들거나 어깨로 맬 수 있는 가벼운 가방을 원했다. 휴대전화를 쉽게 꺼낼 수 있도록 가방 커버 위에도 포켓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렇게 맞춤 제작한 것이 민우가방이다. 2015년 2월 청년이 군에서 전역하자 이 대표는 약속대로 가방을 선물했다. 광고 모델도 부탁했다. “민우에게 꼭 필요한 가방 만들어 선물해 주려다가 오히려 저희가 많이 배웠습니다!”라는 설명을 붙여 SNS에 제품을 홍보했다. 이 가방은 로우로우의 대표 상품이 됐다.

○ 고객의 열정적 참여로 만든 카메라 가방

민우가방은 고객과의 우정 만들기가 가능하며 이것이 사업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로우로우 직원들에게 보여준 계기가 됐다. 진정성을 갖고 친구나 지인처럼 자연스럽게 고객과 이야기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을 만들어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이벤트가 제품 개발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17년 9월, 페이스북 팔로어 10만 명 달성을 기념해 로우로우는 가방 아이디어 공모를 받았다. 3주간 진행된 이벤트에서 82개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당뇨환자를 위한 혈당기 세트 가방, 재난 대비 키트 가방, 색소폰 가방, 도시농부를 위한 가방 등이었다. 정성껏 그림을 그리고 그래픽 작업을 해서 보낸 팔로어도 있었다.

로우로우는 가장 많은 요청이 들어온 카메라 가방을 만들기로 했다. 아이디어를 준 고객 3명에게 설문지를 보내 의견을 듣고, 아예 홍대 앞 사무실로 불러서 직원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했다. 평일 오후 7시에 시작한 회의는 자발적인 토론에 불이 붙어 11시까지 이어졌다. 3인의 고객 패널은 시제품이 나왔을 때도 적극 의견을 줬다.

이렇게 나온 카메라 가방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4주간 469개가 선판매됐고,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도 진열됐다. 매출도 쏠쏠했고 직원들의 자부심까지 올라갔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양안나 마케팅 팀장은 “로우로우에 오기 전까지 여러 브랜드를 거쳤는데 고객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고객과 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이 브랜드는 고객과 쭉 함께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이연준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로우로우#고객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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