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정보 자유롭게 활용” 빅데이터 잠금 풀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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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종합방안’… 상반기 법 개정 내년 시행
금융위 “핀테크 업체 정보유출 배상보험 의무화”


지난해 11월 한국인터넷진흥원 금융보안원 등 정부기관과 SK텔레콤 등 20개 기업이 시민단체들에 의해 무더기로 고발당했다. 이들이 각자 보유하고 있던 개인정보를 가공, 결합해 새로운 빅데이터로 만든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이유였다. 누군지 알아볼 수 없도록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모두 삭제했지만 여전히 개인정보라는 딱지를 벗지 못한 탓이다.

앞으로는 누군지 알아볼 수 없도록 가공된 이른바 ‘익명 정보’는 이런 걱정 없이 자유롭게 활용하거나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또 통신비 납부 명세 등 비(非)금융 정보가 신용평가에 사용돼 금융거래 기록이 별로 없어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게 가능해진다.

○ 익명 정보 자유롭게 활용

금융위원회가 19일 발표한 ‘금융 분야 데이터 활용 및 정보보호 종합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공공기관, 기업 등은 금융 분야의 익명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하거나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1∼6월) 신용정보법 개정을 추진해 내년부터 이를 시행할 방침이다.

예컨대 특정인의 보험료 납부 기록 중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나이, 주소 등을 삭제하고 ‘서울 거주 30대 직장인’으로 표시한 데이터를 사고팔거나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나 핀테크 기업들이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다양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익명 정보라도 당사자에게 일일이 사용 동의를 받아야 하고 보유 기간도 거래 종료 후 5년으로 제한돼 금융 분야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동의를 받은 개인 정보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어 빅데이터로서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 통신비 납부 실적으로 금리인하 요구 가능

개인 신용평가 체계도 바뀐다. 우선 은행이 대출 심사를 할 때 기존 신용정보회사(CB)의 평가 결과뿐만 아니라 통신비, 공과금 납부 명세까지 반영할 수 있게 된다. 통신비를 성실하게 납부하면 신용도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금융정보 위주인 CB의 평가 결과만 주로 활용하고 있다. 비금융 정보는 체납 등 ‘마이너스’ 요인만 신용평가에 반영돼 거래 실적이 부족한 청년이나 주부는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을 받아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는 아예 비금융 정보만 활용해서 신용을 평가하는 특화 CB사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또 본인이 허용할 경우 핀테크 업체도 은행이 가진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거래 은행에 자신의 은행 거래와 관련된 정보를 핀테크 업체에 제공할 것을 요구하면 은행은 이를 따라야 한다. 핀테크 업체들은 이런 개인정보를 활용해 자산관리 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보험료 납부 명세, 보유 주식 등의 자산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하고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미국의 가계부 서비스 ‘민트’ 같은 회사가 대표적 사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대형 금융회사에만 집중되어 있는 정보가 공유되면 금융산업의 독과점적 구조가 개선되고 소비자 편의도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정보 유출 우려” 지적

이 같은 금융위 발표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정보 안전성이 떨어지는 핀테크 업체가 개인정보를 축적할 경우 해킹 공격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간 5000억 원 안팎의 전산 투자를 하는 은행들도 해킹 공격을 받아 개인정보를 유출당하는데 핀테크 업체들이 안전하게 개인정보를 관리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핀테크 업체 설립을 정보보호 조치를 갖출 경우에만 허가하고, 정보 유출에 대비한 배상책임 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한진 금융위 신용정보팀장은 “내달 소규모 핀테크 업체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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