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소비자에게 가격 결정권을 주는 마케팅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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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세계적인 록 밴드 라디오헤드는 7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앨범 곡을 올려놓고 다운로드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고객이 스스로 정하게 한 것. 일명 ‘당신이 원하는 만큼만 지불하라(Pay What You Want·PWYW)’는 방식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소비자 대부분이 앨범을 공짜로 다운로드할 것이라던 우려와 달리 음원을 다운로드한 180만 명 중 40%가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

더 큰 효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에서 발휘됐다. PWYW 방식을 두고 SNS상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앨범 홍보로 이어졌다. 음원을 무료로 다운로드한 사람도 많았지만 논쟁을 통한 앨범 홍보로 CD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결과적으로 라디오헤드는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 사례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가격 결정의 자유를 부여하는 PWYW 전략의 성공 비결을 짐작하게 한다.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 특성이 PWYW 전략에 적합한지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음원 스트리밍은 소비자들이 아주 낮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아예 돈을 안 내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 서비스다. 처음 오리지널 제품을 만들 때는 비용이 들어가지만 복제해서 판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계비용이 낮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PWYW 전략이 잘 먹혀들어갈 수 있다.

또 기업은 PWYW 전략을 활용할 때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를 높이는 전략을 숨겨놓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라디오헤드는 돈을 내지 않더라도 지불할 가격을 쓰는 공란에 반드시 ‘0’을 입력하도록 했다. 0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죄책감을 느끼도록 자극해 한 푼이라도 더 내도록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도 제품과 교류할 수 있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상호 작용을 통해 제품 또는 기업과 유대감을 느낄 때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을 좀 더 미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소비자#마케팅#소셜네트워크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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