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벤처투자 성과, 다각화 수준 낮은 기업일수록 좋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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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벤처투자가 연구개발(R&D) 활동의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 내 기술변화 포착을 용이하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기업이 독립 벤처캐피털 설립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벤처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에 대한 연구만 있을 뿐 어떤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이 벤처 투자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에 미국 네브래스카대와 미주리대 연구팀은 기업의 사업 구조와 산업 환경에 따라 기업의 벤처 투자 성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다. 연구팀은 기업 벤처 투자 활동이 활발한 미국 내 정보기술(IT), 화학, 의료기기 분야 상장기업 95개를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추적 조사했다. 이를 위해 각 기업의 재무정보를 수집했고, 개별 회사에 대한 기업가치 분석과 함께 이들 각각이 매년 투자한 신생 기업의 개수도 측정했다.

연구 결과 벤처 투자는 기업의 다각화 수준이 낮을수록 기업가치와 긍정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다각화된 기업은 일반적으로 사업부제 조직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벤처 투자 활동을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이나 통찰이 사업 전략에 반영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벤처 투자는 본사 주도로 진행되지만 사업 전략은 사업부에서 주도하므로 본사의 참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비다각화 기업은 최고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사업 전략 수립에 참여하므로 벤처 투자와 사업전략 간의 괴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한 기업이 속한 산업의 성장 속도가 더딜수록 벤처 투자가 기업가치 창출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빠르게 성장 중인 산업에 속한 기업은 본 사업에 매진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에 대한 관심이 적다. 그 결과 주력 사업에 매진하는 것이 기업가치 창출에 효과적이다. 반면 산업 성장이 더딘 경우 기업은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서게 된다. 이때 벤처 투자 등의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는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준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98@gmail.com
#dbr#벤처투자#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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