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혁신 강박증’에 기업 망칠뻔한 레고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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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장인들은 퇴근 후 삶이 더 바쁘다. 유명 강의를 수소문해 찾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이른 새벽에 독서 모임까지 참석하고 출근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도 일부 직장인은 자신이 혼자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른바 ‘자기계발 중독’이다.

기업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 기업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이른바 ‘혁신 중독’에 빠진 것이다.

기업들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했다. 우버와 같은 스타트업이 갑자기 등장해 기존 운송 서비스업체들을 위협했듯, 예상치도 못한 경쟁자가 나타나 비즈니스의 판도를 한순간에 바꿔놓을 수 있다. 이제 1등 기업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혁신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명확한 방향성 없이 맹목적으로 혁신을 시도하면 오히려 기업에 해가 될 수 있다. 1932년 덴마크에서 사업을 시작한 장수기업 레고가 대표적 예다. 레고는 1990년대 전자게임기가 등장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레고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레고는 더 이상 주력 제품인 레고 블록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서둘러 TV 프로그램과 영화, 각종 상품을 개발했다. 디즈니랜드를 본떠 만든 레고랜드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레고의 혁신 강박 때문에 ‘레고다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레고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레고 고유 제품인 블록으로 돌아가 위기를 극복했다.

여기서 우리는 노자의 가르침을 되새겨 볼 수 있다. 노자는 ‘무위(無爲)’를 설파했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조화를 찾을 것을 강조한다. 혁신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목적 없이 쫓기듯 하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세상의 변화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바꿔야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 이뤄진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trotan@gmail.com
#혁신 강박증#레고#직장인#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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