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무제 도입 후 온라인시장 반사이익… 대형마트-전통시장 매출은 동반하락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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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손잡은 대형마트-중소상인

중소 자영업자들과 대형마트가 일요 의무휴업 규제가 무의미하다고 21일 한목소리를 낸 것은 유통업 규제 정책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쉬면 오히려 주변 상권 매출이 떨어지는 등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온라인 유통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이 협력해 지역 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이마트 대표인 이갑수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5년간 일요 의무휴무제가 시행됐지만 실질적으로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상인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중소납품 업체와 소상공인, 대기업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협의해 나가기 위해 오늘 상생협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를 요구해 온 중소자영업자와 규제 대상인 대형마트는 올해 들어 일요 의무휴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상인들이 먼저 의무휴업일을 기존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자고 요청하는 곳이 생겨났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쉬되, 휴업일에 대한 세부사항은 지자체가 정하도록 돼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한 지자체는 2012년 3곳에서 이달 기준 26개로 늘었다. 전체(228개)의 11% 수준이다. 중소상인 단체들은 “주중 의무휴무제로 전환한 지자체들은 지역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었다. 이런 상생협력 방안을 함께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상행협약 발표에는 개인슈퍼마켓 단체인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은 참여하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지역 중형슈퍼마켓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및 출점 제한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혀 왔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출점해 2010년 2만여 개에서 올해 6만여 개로 늘어난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과정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관여하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 결과는 일요 의무휴업이 오히려 골목상권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회원 1200만 명을 보유한 A카드사 사용자 중 2010∼2017년 대형마트 주변 3km 내 거주자의 카드 결제액을 분석했다. 2014년부터 규제 대상인 대형마트 소비가 줄었고, 2016년부터 전통시장과 개인슈퍼마켓 소비가 위축됐다. 같은 기간 편의점 소비액은 4배, 온라인 소비액은 2배 이상 늘었다.

조 교수는 “소비자는 규제 3년 차부터 일요일에 문 닫은 마트 대신 온라인, 편의점 이용으로 소비 패턴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슈퍼마켓은 매출 증대 효과가 있었지만 작년부터 전체 상권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형 점포 이용 고객이 주변 중소 가게를 이용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번 연구에서 롯데마트 청라점 주변 상권을 분석한 결과 청라점 이용 고객의 40.7%는 같은 날 점포 반경 1km 이내 음식점에서 돈을 썼다. 또 9.8%는 편의점, 4.4%는 슈퍼마켓을 이용했다.

대기업과 지역 상인이 상권 살리기에 손을 잡는 움직임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6월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전문 매장 노브랜드를 유치한 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이 한 사례다. 시장 내 노브랜드 점포를 유치한 상인 김수연 씨(39)는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20, 30대 고객이 시장을 찾고 고물 취급을 받던 시장 내 마차형 점포 10곳도 모두 찼다. 고객이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상인들이 직접 대형마트 일요 의무휴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향후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복합쇼핑몰까지 의무휴업 월 2회 확대, 출점 규제 강화 등을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이달 말 발의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골목상권 문제는 소비자들이 약자 보호 측면에서 불편을 감수한 것인데, 효용이 없다고 결론이 나면 소비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확대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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