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남 재건축단지에 ‘주변시세 60%’ 청년임대 1700채 공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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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정책]반포 센트럴푸르지오 등 포함
전용면적 26~49㎡ ‘행복주택’
신혼부부-대학생 등에 공급

반포 49㎡ 월세 120만원 예상
청년층엔 부담… 입주기준도 논란
SH측 “월세 100만원 이하로 조정”

‘반포 센트럴푸르지오 써밋’(서울 서초구 반포동) ‘송파 헬리오시티’(송파구 가락동) 등 서울 강남지역 한복판에 들어설 유명 재건축 단지에 주거 취약계층인 대학생, 신혼부부 등을 위한 임대주택이 공급된다. 재건축 중인 아파트를 서울시가 매입해 완공한 후 이들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40% 이상 저렴하게 책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책 취지에 맞게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도 적지 않다.

○ 강남3구 재건축에 ‘행복주택’ 1700채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시와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재건축·재개발 단지 23곳에서 총 3000여 채의 아파트를 행복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 일정 기간 동안 거주하고 나면 자기 소유로 분양받을 수 있는 일부 공공임대와는 달리, 매입은 불가능하고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서울시·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출자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이 재건축 조합으로부터 소형 주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입비용의 70%는 정부가 재정과 주택도시기금 등을 통해 지원한다.

특히 이번 사업 대상지에는 일반분양 때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고가 재건축 단지들이 여럿 이름을 올렸다. 3.3m²당 분양가가 4040만 원에 달했던 반포 센트럴푸르지오 써밋(삼호가든4차 재건축)이 대표적. 이곳에서는 4분기(10∼12월) 전용면적 49m² 청년주택 85채가 입주자를 모집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로 잘 알려진 송파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에서도 1381채에 달하는 행복주택이 나온다. 임석홍 국토부 행복주택정책과 사무관은 “올해 말까지 강북권 재개발 구역 10여 곳에서도 행복주택을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강남에선 40% 할인된 임대료도 비싸”

이들 행복주택은 전용면적 26∼49m²의 소형 타입으로만 구성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모든 물량이 소형인 행복주택은 도심에 직장을 둔 2030세대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주 기준과 임대료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행복주택 임대료가 강남권 주변 아파트보다 40% 싸게 책정되더라도 현재 입주 기준에 해당하는 가구가 감당하기는 무리일 수 있기 때문. 현행 기준상 외벌이 신혼부부(결혼 5년 이내)가 행복주택에 입주하려면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월 481만 원) 이하, 대학생의 경우는 본인과 부모의 총 월 소득이 539만 원 이하, 취업한 지 5년 이내인 사회초년생의 경우는 385만 원 이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반포동의 전용면적 49m² 행복주택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60%로 책정하더라도 월세가 120만 원 정도라고 부동산 업계는 추산한다. 이와 관련해 SH 금융기획부 관계자는 “월세가 1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보증금-월세 비율 등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일각에선 “임대주택이 필요한 진짜 취약계층에겐 여전히 임대료가 너무 비싼 반면에 강남 진입을 노리는 ‘무늬만 취약계층’이 대거 몰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월세가 월 소득의 30%를 넘어서면 과다한 임대료”라며 “임대료는 물론이고 입주 자격도 지역별 시세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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